20년 역사 '부산연극상' 첫 해외 수상자 나왔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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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부산국제연극제 초청작
이스라엘 극단 작품 '안티고네'
'새로운 시선' 수상자 선정 파격

구민주 김가영 최용혁 등 3명
'올해의 연극인상' 공동 수상
21일 연극협회 총회서 시상식

제20회 부산연극상 '새로운 시선' 수상자로 선정된 이스라엘 극단 베이트 레신 씨어터의 연극 '안티고네' 공연 장면. 부산국제연극제 제공 제20회 부산연극상 '새로운 시선' 수상자로 선정된 이스라엘 극단 베이트 레신 씨어터의 연극 '안티고네' 공연 장면. 부산국제연극제 제공
제20회 부산연극상 '새로운 시선' 수상자로 선정된 이스라엘 극단 베이트 레신 씨어터의 연극 '안티고네' 포스터. 부산국제연극제 제공 제20회 부산연극상 '새로운 시선' 수상자로 선정된 이스라엘 극단 베이트 레신 씨어터의 연극 '안티고네' 포스터. 부산국제연극제 제공

부산 연극계 최고 권위의 ‘부산연극상’ 시상식에서 해외 수상자가 탄생한다. 20년 역사의 부산연극상 첫 사례이다. 한국연극협회 부산시지회(이하 부산연극협회)는 지난 한 해 부산 연극을 돌아보고 성과를 축하하는 ‘2025 제20회 부산연극상’ 시상식을 오는 21일 개최한다. 협회는 시상식 개최에 앞서 최근 각 부문 수상자(작)를 공개했다.

수상자 중 유독 눈에 띄는 부문은 19회 때 신설된 ‘새로운 시선’으로, 이스라엘 극단 베이트 레신 씨어터의 ‘안티고네’가 이름을 올렸다. ‘안티고네’는 소포클레스의 고전을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지난해 제22회 부산국제연극제를 통해 우리나라에 처음 선보였다. 첫 해외 수상작의 탄생은 부산연극상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읽힌다.

부산연극협회 김태호 이사는 “기본적으로 부산에서 행해진 모든 연극이 수상 대상이 된다”고 전제한 뒤 “이번 수상작 선정은 부산 연극계가 더 이상 지역성에 머물지 않고 동시대 세계 담론과 연결하려는 확장 의지”라고 말했다.

제20회 부산연극상 '올해의 연극인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구민주(배우) 김가영(희곡) 최용혁(연출).부산연극협회 제공 제20회 부산연극상 '올해의 연극인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구민주(배우) 김가영(희곡) 최용혁(연출).부산연극협회 제공

부산연극상 대표 수상 부문인 ‘올해의 연극인상’에는 구민주(배우), 김가영(희곡), 최용혁(연출)이 선정됐다. 하늘바람소극장 대표인 구민주는 여성 정체성과 가족 관계, 현대인의 내면을 깊이 탐구해 온 배우이다. 모노드라마 ‘영순아, 어디 가니?’를 비롯해 ‘웨딩드레스’ ‘펠리칸’ ‘과부들의 축제’ ‘그해 치네치타의 여름’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가스등’ ‘유산’ 등을 통해 관객과 만났다.

희곡 부문 김가영은 창작극 ‘워 아니니?’를 통해 비언어(넌버벌)극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2024년 작강연극제 대상에 이어 지난해 부산국제연극제와 루마니아 바벨국제공연페스티벌 초청 공연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았다.

연출 부문의 최용혁은 전통 연희의 현대화와 연극의 놀이성을 역동적으로 구현하는 연출가이다. ‘운악’을 시작으로 ‘날개, 돋다’ ‘1945’ ‘팬데믹’ ‘품’에 이르기까지 마당극과 탈춤, 판소리 등 한국 정서를 현대 연극과 결합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제20회 부산연극상 '젊은 연극인상' 수상자인 김아름(왼쪽)과 이설. 부산연극협회 제공 제20회 부산연극상 '젊은 연극인상' 수상자인 김아름(왼쪽)과 이설. 부산연극협회 제공

만 39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젊은 연극인상’에는 김아름과 이설, 두 배우가 이름을 올렸다. 김아름은 탄탄한 연기력과 함께 극작과 연출 역량까지 갖춰 부산 연극계의 미래로 주목받는 창작자다. 창작극 ‘그곳: Chapter 1. 오래된 집의 회전목마’로 제11회 김문홍희곡상을 받은 그는 같은 작품에 배우로 출연해 지난해 부산연극제 우수연기상의 주인공이 됐다. 또 하나의 창작극 ‘세 번째 일등’은 부산문화재단 ‘포커스온’에 선정돼 올해 무대에 선보일 예정이다.

배우 이설은 2018년 ‘첼로와 케첩’으로 데뷔한 후 해마다 5편 이상의 작품에 출연하며 무대 경험을 쌓았다. ‘코마’ ‘오롯이 빛나는’ ‘워 아니니?’ 등에서 섬세한 표현력과 성숙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제20회 부산연극상 '예인 연극상' 수상자 박찬영(왼쪽)과 공로상 수상자 서승우. 부산연극협회 제공 제20회 부산연극상 '예인 연극상' 수상자 박찬영(왼쪽)과 공로상 수상자 서승우. 부산연극협회 제공

‘예인 연극상’은 부산 최고령 현역 배우 박찬영이 수상한다. ‘리어왕’의 강렬한 포스터 이미지로 유명한 그는 고전과 실험극 등 현재까지 150편이 넘는 작품으로 무대에 서며 부산 연극인의 본보기로 자리매김했다. 서승우 영화의전당 예술본부장은 ‘공로상’을 받는다. 서 본부장은 관광과 공연을 결합한 ‘영화드라마 로케이션 투어’를 기획, 연극인의 지속 가능한 활동 기반 마련과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제20회 부산연극상 '올해의 공연 BEST 3' 선정작 포스터. 왼쪽부터 '바다와 양산'(극적공동체 고도), '어둠 상자'(극단 누리에), '태양 아래 널브러진 개'(문화판 모이라). 부산연극협회 제공 제20회 부산연극상 '올해의 공연 BEST 3' 선정작 포스터. 왼쪽부터 '바다와 양산'(극적공동체 고도), '어둠 상자'(극단 누리에), '태양 아래 널브러진 개'(문화판 모이라). 부산연극협회 제공

부산연극협회의 확장과 경계 허물기는 ‘올해의 공연 BEST 3’ 선정에도 반영됐다. ‘바다와 양산’(극적공동체 고도), ‘어둠 상자’(극단 누리에), ‘태양 아래 널브러진 개’(문화판 모이라) 등 수상작 3편 중 두 편은 부산연극협회 회원 극단이 아니다. 김태호 이사는 “올해 부산연극상이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는 ‘시선의 확장’”이라며 “다양한 시도와 혁신, 도전을 적극 응원하고 평가하는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공연예술창작집단 어니언 킹은 ‘특별상’을 받는다. 어니언 킹은 특정 작가의 희곡을 지속 연구하고 무대화하는 행보를 견지해 왔다. 지난해 연말에는 소설 <광장>의 최인훈 시리즈 마지막 여섯 번째 작품으로 ‘한스와 그레텔’을 무대에 올렸다.

제20회 부산연극상 시상식은 오는 21일 오후 5시 부산 남구 부산예술회관 공연장에서 열리는 정기총회 자리에서 진행된다. 개인상(올해의 연극인상, 젊은 연극인상)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함께 100만 원의 상금이 전달된다. ‘새로운 시선’ 수상자인 이스라엘의 ‘안티고네’는 영상으로 소감을 밝힐 예정이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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