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포커스온] 대학에 부는 해수부 온풍
논설위원
'부산, 해양산업 인재 양성 거점' 기대감
부경대·한국해양대 역대급 정시 경쟁률
지방대 육성 정책·입시 환경 변화 요인
지역 사립대 경쟁률 상승도 두드러져
인재 '교육·취업·정주' 시스템 구축을
대학 혁신·지역 사회 성장 선순환 돼야
연초부터 부산 지역 대학가에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한파를 녹일 만큼 온기가 충만하다. 부산 지역 4년제 대학 15곳의 2026학년도 평균 정시 경쟁률이 5.35 대 1로, 2025학년도 3.65 대 1보다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해양·수산 특성화 대학들이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립부경대의 정시 경쟁률은 7.19대 1로 지난해 5.61대 1을 크게 넘어섰다. 개교 이래 최고 경쟁률이라고 하니 놀랍다. 해양·수산 계열 학과의 강세도 두드러졌다. 나군에서 해양공학과는 14.6대 1, 수해양 생물 전반을 다루는 생물공학과는 13.8대 1을 나타냈다. 국립한국해양대는 평균 6.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2009학년도 이래 17년 만에 최고 경쟁률이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효과가 대학 입시에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해수부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 등 해양산업을 둘러싼 정책 환경 변화와 함께 부산이 미래 해양산업 인재 양성의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기대감이 수험생들에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역 사립대의 경쟁률 상승도 두드러졌다. 경성대가 8.88대 1로 지역 대학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신라대 6.96대 1, 동서대 6.75대 1, 부산가톨릭대 6.41대 1, 동의대 6.38대 1, 부산외국어대 6.28대 1, 동아대 5.95대 1 순이었다. ‘벚꽃 피는 순으로 폐교 위기’라던 대학가의 오랜 자조가 올해만큼은 무색할 정도다. 정시 경쟁률 3대 1 미만 대학이 무려 8곳에 달했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흐름이다.
‘무작정 인서울 대학’ 현상이 주춤해진 데에 대해선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정부의 비수도권 거점대 육성 정책, ‘불수능’·의대 정원 회귀·‘사탐런’ 확산 등 입시 환경 변화에 따른 안정 지원 경향, 지역 대학들의 정원 감축과 수험생 수요를 반영한 학과 개편, 수시 모집 이월 인원 축소와 황금돼지띠(2007년생) 수험생 증가 등이 거론된다. 고물가로 인한 수도권 거주 비용 부담도 원인이다. 수도권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쉽지 않다 보니 실리를 추구하면서 지역의 경쟁력 있는 학과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지방대학 육성법’에 따른 비수도권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35% 채용 의무화, ‘혁신도시법’에 따른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30% 채용 의무화 제도도 지역 대학 출신에겐 매력적이다.
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대 육성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서울대의 70% 수준까지 부산대를 비롯한 9개 지방거점국립대의 예산 지원을 늘릴 방침이다. 향후 5년간 지방대에 4조 원 이상을 집중 투자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실현을 위해 올해 거점국립대 투자 예산으로 총 8855억 원을 투입한다. 정부의 지방대 육성을 위한 다른 정책으로는 ‘글로컬대학30’ 사업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사업이 있다. 3년에 걸친 글로컬대 심사 결과 부산에서는 경성대(단독), 부산대·부산교대(통합), 동아대·동서대(연합)가 지정된 바 있다. 비수도권 대학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정 대학은 재정 지원과 규제 특례를 받고 대학당 5년간 최대 1000억 원을 지원받는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은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적 동반관계를 구축해 지역 혁신과 발전을 이끄는 것이 목표다. 정부가 이처럼 각각 다른 사업들을 잘 연계하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야 대학·산업·도시가 동반 성장하는 추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해수부 부산 시대가 열린 것은 지역 대학에는 큰 기회이자 전환점이 된다. 해수부 이전을 계기로 SK해운, 에이치라인해운 같은 해운 대기업이 본사 부산 이전을 공식화한 바 있다. 여기에다 해운 대기업 HMM과 해양수산 공공기관 이전, 동남권투자공사와 해사법원 설치, 북극항로 거점 구축 등 해양 행정·사법·금융을 포함한 해양산업의 종합적인 집적이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실현돼야 지역 대학들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더 가팔라질 학령 인구 감소와 학업·일자리를 위한 청년들의 수도권행은 여전히 대학과 지역엔 위기의 요소다. 올해는 지역 대학 지원자들이 많았지만,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지, 어떤 변화가 펼쳐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지역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더라도 지역에서 연속적으로 교육, 취업, 정주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기업, 지자체의 협력은 필수다. 특히 대학은 지역 혁신의 중심이자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전략적 자산이 되어야 한다. 지역 대학의 위기는 도시 전체의 존립 조건과 연결된다. 대학이 무너지면 청년이 떠나고, 산업 기반은 축소되고, 고령화는 심화한다. 수험생의 탈지역 추세 반전을 대학 혁신과 지역 사회 성장의 선순환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