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앞두고 나온 유관순 조롱 AI 영상, 현행법상 처벌 어렵다
경찰, 틱톡 내 유관순 열사 조롱 영상 인지
사자명예훼손죄·모욕죄 등 적용에 어려움
생성형 AI 부작용 입법 논의 이뤄지지 않아
유관순 열사를 희화화한 AI 생성 영상. 틱톡 캡처
3·1절을 앞두고 유관순 열사를 조롱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영상이 공분을 사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현행법으로 제작자를 형사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1일 경찰은 최근 SNS ‘틱톡’에 올라온 유관순 열사 조롱 영상들을 인지했으나 입건 전 조사인 ‘내사’에는 착수하지 못했다. 내사는 정식 수사 전 실제 수사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다.
해당 틱톡 사용자는 3·1절을 열흘여 앞둔 지난달 22일부터 유관순 열사가 일장기에 애정을 표하거나, 방귀를 뀌고 그 추진력으로 우주로 솟구치는 등의 희화화 영상을 제작해 2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용자는 해당 영상의 심각성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공론화 된 이후에도 영상 5개를 연달아 올렸다. 사용자의 악의적 행태는 플랫폼 측이 영상을 삭제한 뒤에야 멈췄다.
각종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유관순 열사를 악의적으로 조롱했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하지만 법조계는 경찰이 제대로 된 수사조차 못하는 배경에는 법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고인 모독 사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혐의는 ‘사자명예훼손죄’다. 이 법은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경우’만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문제의 영상처럼 원색적 조롱이나 구체성이 떨어지는 욕설 등은 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모욕죄’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모욕죄가 보호하는 대상은 ‘생존하는 인물’로 한정된다. 현재로서는 플랫폼 측과 소통하는 기관인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가 재빨리 대응하길 기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재 방미심위는 위원회 구성을 마치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의결을 거치는 심의 기구 특성상, 이 같은 사안에 기민하게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도 관련 기관 구성에 속도를 내줄 것을 지시했다. 청와대 강유정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이날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미심위의 조속한 정상 가동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에선 위인의 생전 모습을 복원하는 등 AI 기술의 긍정적 측면이 주로 부각돼 왔다. 이 같은 딥페이크 폐해가 공개 지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역사적 인물이 ‘고인 모독’ 수준의 유머 소재로 악용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미국의 인공지능 개발 업체 ‘오픈AI’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이미지를 사용한 영상 생성을 차단했다. 각종 모욕성 콘텐츠가 양산돼 유족의 피해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관련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의 법 제도는 걸음마 수준이다. 최근 발의된 법안들은 주로 인물 사진을 AI에 입력해 성 착취물을 생성하지 못하도록 막는 등 딥페이크 성폭력 피해 방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4월 사자 모욕죄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생성형 AI의 부작용에 대한 본격적인 입법 논의는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