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병기 사퇴했지만 점점 커지는 의혹… 수사로 밝혀내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갑질에서 '공천 청탁' 의혹으로 확대
실세 연루 사건 더 철저한 수사 필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감사원장(김호철) 임명동의안 등 안건에 대해 투표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감사원장(김호철) 임명동의안 등 안건에 대해 투표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특혜와 보좌진에 대한 갑질 의혹이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전격 사퇴했다. 9월 초 언론에 각종 의혹이 보도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3개월 가까운 시일이 흐른 뒤였다. 그동안 의혹 제보자가 문제 있다는 식으로 버텨 오던 김 전 원내대표가 전격 사퇴하게 된 결정타는 사퇴 전날 터진 ‘공천 청탁’ 묵인 의혹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사퇴는 그동안의 의혹을 책임진다는 해결책이라기보다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정당 공천이 당선과 직결되기 쉬운 현실에서 여권에서 공천을 두고 돈이 오가는 청탁이 있었다는 ‘판도라의 상자’급 실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 전 원내대표와 관련한 의혹은 쿠팡 접대 논란에서 시작해 보좌진에 대한 국정원 근무 장남 업무 보좌 지시 논란 등으로 이어지며 점점 강도가 세지는 모양새였다. 의혹은 배우자의 지역구 구의원 업무 추진비 사적 유용 논란이 터지면서 결국엔 공천권과 관련한 일탈로 질적 변화를 하고 말았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강선우 민주당 의원이 보좌진을 통해 당시 서울시의원 후보 지원자에게 1억 원을 받은 사실을 김 전 원내대표와 의논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질적 변화는 정점을 찍었다. 강 의원은 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었고 김 전 원내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기에 공당의 ‘공천 청탁’ 의혹이 돼 버린 것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자신 관련 의혹이 민주당의 공천 과정에까지 이어지자 전격 사퇴를 결정했으나 이는 역으로 이 의혹의 중대성을 더욱 키우게 됐다. 이미 유사한 사례로 특검의 수사까지 진행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이라 불린 민중기 특검은 김상민 전 검사가 김건희 여사 측에 고가 그림을 제공한 대가로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받으려 했다는 사실을 공소사실에 포함시켰다. 그럼에도 김 전 검사는 결국 공천을 받지 못하고 ‘컷오프’된 반면 이번 민주당 공천 청탁 의혹의 당사자는 단수 공천돼 시의원에 당선되기까지 했다. 돈이 전달된 사실을 김 전 원내대표가 듣고도 묵인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그래서 예사롭지가 않다.

결국 민주당의 공천 청탁 관련 의혹은 수사로 명백히 밝히는 것 외에는 해소할 길이 없어졌다. 관련 의혹과 관련해 강 의원과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고발장도 이미 경찰서에 접수된 상태다. 하지만 장관 후보로 지명될 정도의 유력 국회의원과 여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권력 실세가 연루된 사안을 일선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사건을 특검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살아있는 정권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을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것이 특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수사 주체가 누가 되든 국민이 납득할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는다면 역풍은 태풍이 될 터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