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0세도 퇴직 대열… 임금피크 무릅쓰고 잔류 희망도 [커버스토리]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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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 보는 은행권 희망퇴직 두 얼굴

신한·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희망퇴직 대상에 1985년생 포함
비용 절감보다 IT 인력으로 재편
“퇴직금 더 받고 인생 2막 준비”
직원 입장도 연령 하한에 반영
부산은행선 임금피크 4명 잔류
정년 연장 기대감 영향 미친 듯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클립아트코리아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클립아트코리아

은행권의 희망퇴직 연령이 가파르게 낮아지고 있다.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시중은행들의 경우 1985년(만 40세) 이전 출생 직원을 대상으로 해 은행권에선 만 40세가 ‘뉴노멀’ 하한선이 되고 있다. 과거 IMF 위기 당시 충격을 줬던 퇴직 나이 ‘사오정’(45세 정년)보다도 더 낮아졌다. 반면 부산은행 등 일부에서는 임금피크에 돌입하는 희망퇴직 대상자 중 ‘정년 연장’ 가능성을 고려해 잔류하는 인원이 생겨나 주목받았다. 이처럼 올해 은행권 희망퇴직에서는 아주 빨라지거나 아니면 늦춰진 ‘퇴직 나이’가 핵심 키워드가 됐다.

■‘만 40세’도 희망퇴직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5~18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상자에는 4급 이하 일반 직원도 있었는데, 근속 15년 이상 1985년 이전 출생자도 대상자에 포함됐다. 특별퇴직금으로는 월 기본급의 7~31개월분이 지급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2023년 처음 도입한 만 40세 기준을 2년 만에 다시 꺼내 들며 희망퇴직 연령 40세를 ‘뉴노멀’로 만들었다.

앞서 지난달 18~21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NH농협은행도 대상자 446명을 확정했는데, 근속 10년 이상 만 40세 이상을 대상자에 포함했다. 1969년생(만 56세)에게는 28개월치 임금을, 40세 이상 직원에게는 20개월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다. 농협은행의 희망퇴직자 수는 재작년 372명, 작년 391명과 비교하면 3년 연속 증가 추세에 있다.

하나은행도 지난 7월 ‘준정년 특별퇴직’을 실시하며, 만 40세 이상과 15년 이상 근속 조건을 명시해 올해 희망퇴직 연령 급강하의 신호탄을 쐈다.

올해 초 희망퇴직을 실시한 우리은행도 대상자에 1979년생(당시 만 45세)을 포함했으며, KB국민은행 역시 희망퇴직 신청 가능 출생연도를 전년 1972년에서 1974년으로, 2년을 낮췄다. 국민·하나·우리은행 역시 매년 연말·연초 희망퇴직을 실시해온 전례를 고려하면, 조만간 관련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며, 연령 하향화 추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금융 전환에 인력 재편 목적

은행권이 이처럼 파격적인 ‘만 40세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든 건 디지털금융(비대면 거래)으로의 급속한 전환과 이에 따른 점포 수 감소, 인력 재편의 필요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창구 업무 비중이 낮아지면서 전통적인 영업 인력보다는 IT 인력으로 재편하고 조직을 슬림화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국 은행 점포 수는 2015년 말 7313곳에서 2020년 말 6454곳, 2023년 말 5794곳으로 감소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5683곳까지 줄어들었다. 인력과 점포를 동시에 줄이는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것이다. 과거 실적 악화에 따른 비용 절감 목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던 것과는 맥락이 다르다.

올해 3분기 5대 금융지주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8조 72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7%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럼에도 5대 시중은행의 희망퇴직자 수는 올해 2326명으로 오히려 지난해(1986명)보다 17.1% 증가했다.

직원 입장에서 보면 “은행 수익이 많이 나 조금이라도 더 챙겨줄 때 나가 인생 2막을 준비하자”는 심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희망퇴직 보상 조건은 과거 최대 36개월치 수준에서 최근 20~31개월치 수준으로 줄어들며 특별퇴직금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노조 측이 희망퇴직 연령을 더 낮춰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은행권의 특별퇴직금과 법정퇴직금을 합한 희망퇴직 퇴직금은 평균 3억~5억 원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년 연장 기대… 임금피크에도 ‘잔류’

일부 은행의 경우 양상이 조금 달랐다. 부산은행의 경우 올해 희망퇴직 대상자인 1970년생 중 4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아 조직 내 화제가 됐다. 부산은행에 따르면 후년 임금피크 대상자인 1970년생(만 55세) 83명 중 79명이 신청을 했고, 건강상 이유 등으로 신청서를 낸 1971~1975년생을 포함하면 전체 신청자 수는 87명에 이른다.

부산은행의 한 관계자는 “보통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으면 임금피크 대상자 중 예외적으로 1명 정도 신청을 안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올해처럼 4명이나 잔류 결정을 한 건 처음이라 조직 내에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임금피크 진입을 감안하더라도 잔류를 결정한 건 정부가 추진 중인 정년 연장에 대한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내부 분석이다.

부산은행은 올해 희망퇴직자들에게 29개월치 임금과 4500만 원의 특별퇴직금을 지급기로 했다. 희망퇴직자 수는 2023년 말 18명, 2024년 말 26명 수준에서 2025년 말 87명으로 확 늘어났는데 이는 1970년생 대상자가 많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SC제일은행 또한 만 56세 이상을 대상으로만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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