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유린’ 덕성원 피해자들, ‘크리스마스 선물’ 받았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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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24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
국가와 부산시 상대로 배상 청구 인용
아동보호시설 덕성원 인권 유린 인정
법원 “이러한 불행한 일 다시 없어야”

과거 부산에서 운영된 민간 집단수용시설 ‘덕성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이 법적으로 인정됐다. 24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덕성원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청구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손을 흔들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과거 부산에서 운영된 민간 집단수용시설 ‘덕성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이 법적으로 인정됐다. 24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덕성원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청구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손을 흔들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아동보호시설 덕성원 원생들이 겪은 인권 유린에 대해 국가와 부산시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재판부는 국가와 부산시에게 피해자들이 청구한 배상액 중 약 85%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부산지법 민사11부(이호철 부장판사)는 덕성원 피해자 안종환 씨 등 42명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 청구 금액인 약 462억 7658만 원 중 85% 정도인 394억 1250만 원 지급을 인용했다. 국가와 부산시가 주장했던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은 인정하지 않았다.

선고를 이어간 재판부는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저희들이 많이 노력해야 된다”며 “앞으로 우리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을 넘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보냈다.

앞서 덕성원 피해자들은 지난해 12월 부산지법에 ‘덕성원 인권침해 국가배상 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인권 침해 사실을 인정받은 만큼 수용 기간 1년당 위자료 1억 원 배상을 요구했다.

이번 판결로 덕성원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처음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공권력의 부당한 부랑아 단속과 시설 수용, 국가와 부산시가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이 10세 이하인 어린 나이에 수용돼 5~15년 정도 장기간 인권 침해에 노출된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면서 안정적으로 자립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받았을 점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산정했다.

덕성원 피해자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는 선고 직후 “피고인 대한민국과 부산시는 항소하지 말아야 한다”며 “원고들 고통을 더 연장시키지 말고 이 판결을 수용할 것을 적극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와 부산시는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이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진지하게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사건 인권 침해 행위를 했던 시설이 여전히 부산시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라”고 말했다.

덕성원피해생존자협의회 안종환 대표도 국가와 부산시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사랑받아야 할 아동들이 사랑받지 못했다”며 “성폭행, 가학 행위, 막노동, 감금 폭력 등이 일상 생활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부산시는 (덕성원을 이어받은) 은화요양병원에 대한 환수와 폐쇄 조치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을 실천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덕성원은 1952년 부산시 동래구 중동(현 해운대구)에 설립된 아동보호시설로 2000년 폐원했다. 당시 원생들은 강제 노역과 구타, 성폭력, 가혹 행위 등 각종 인권 유린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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