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발 ‘행정통합’ 속도전에 국힘 ‘환영 속 견제’…‘디테일’서 충돌하나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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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전날 주문에 민주당 ‘대전·충남 통합 특위’ 구성
“1월 말 법안 마련해 늦어도 3월 중순 국회 본회의 통과”
이슈 주도해온 국힘 환영 속 “정치공학적 의도 경고”
특히 강훈식 출마설 거론하며 “대통령 지선 개입 안 돼”

대전·충남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전·충남 통합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철민, 이정문, 박정현, 박범계, 이재관, 황명선, 조승래, 문진석, 박용갑 의원. 연합뉴스 대전·충남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전·충남 통합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철민, 이정문, 박정현, 박범계, 이재관, 황명선, 조승래, 문진석, 박용갑 의원.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전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주문하자, 더불어민주당이 19일 당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속도전에 돌입했다. 그 동안 이 어젠더를 주도해온 국민의힘은 표면적으로 환영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느라 속내가 복잡한 모습이다. 만약 여야가 지방선거 전 통합을 마무리하는 데 공감대를 보일 경우, 부산·경남 등 타 지역 통합 작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충청특위)를 구성했다고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번 특위에 대해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통해 국가 균형 성장이라는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실천되는 것을 당에서 뒷받침하겠다는 의지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특위 상임위원장에는 황명선 최고위원이, 공동위원장에는 박범계·이정문·박정현 의원 등 대전·충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포함됐다.

충청특위는 통합시 명칭과 청사 활용 방안 등 내용을 논의하고 내년 1월 대전·충남 통합 관련 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특위 공동위원장인 박정현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법안이) 내년 1월 말 정도에는 1차가 끝날 것 같다”며 “2월 중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로 회부돼 공청회를 하면 늦어도 3월 중순 정도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대전·충남 통합에 대해 “선도모델이 돼야 한다”며 “다른 지역이 이번 통합 모델을 보고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세종특별자치시를 대전·충남과 통합하는 데 대해선 현재까진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전·충남 행정통합 자체는 국민의힘이 주도해온 이슈라는 점에서 일단 환영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전날 발언으로 여권이 지방선거를 ‘시한’ 삼아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을 두고 경계감도 표출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중원에서 이 대통령 주도의 새판짜기가 진행될 경우 충청 뿐만 아니라 지방선거 전체 판세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충청권 경쟁력 강화와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대전·충남 통합에 대해 이 대통령이 화답한 점을 환영한다”고 말했고,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도 환영 입장문을 냈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이 지역 광역단체장 등은 작년 11월 ‘통합지방자치단체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고, 성일종 의원은 올 10월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도 발의하는 등 통합 이슈를 주도해왔다.

다만 내년 6월 지방선거라는 타이밍에 맞춰 통합 추진을 진행할지를 비롯해 구체적인 당의 입장은 아직 정리가 안 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에서는 여권이 예상 밖 속도전에 나서자 통합 주도권을 선점하면서 지방선거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가려는 포석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뒤늦게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대전충남 통합 의제를 가져가려는 대통령실의 의도는 오히려 충청인들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결과가 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여기에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충남 아산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차출론이 여권에서 나오는 것과 관련, “언론에선 강 실장의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며 “대통령이 지방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권의 적극적인 입장 변화로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여건은 한층 좋아졌지만, 지방선거를 둘러싼 양당의 셈법이 개입하면서 통합 방식, 시점 등 ‘디테일’을 놓고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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