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학수의 문화풍경] 후회는 새로운 시작으로 가는 다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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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철학 아카데미 숲길 대표

12월 중순이 되면, 짧아진 낮과 축제 분위기의 불빛, 그리고 회고의 시간과 함께, 우리는 후회의 물결이 상승하는 것을 느낀다. 이루지 못한 목표, 하지 못한 말, 놓친 기회, 소홀히 한 인간관계. 이 시기에 후회는 단순히 파괴적인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변화를 위한 강력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시한부 환자와 달리, 우리 대부분은 또 한 해를 선물로 받는다. 이 단순한 사실은 연말의 후회를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바꿔놓는다.

후회는 분명 고통스럽다. 그것은 자책감의 칼날, “만약 그랬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의 아픔, 그리고 때로는 수치심의 묵직함까지 동반한다. 심리학자들은 후회를 반사실적 사고, 즉 돌이켜보면 더 나았을 것으로 보이는 대안적 결과를 상상하는 데서 비롯된 복잡한 감정이라고 설명한다. 후회의 감정은 결코 일시적 통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무언가가 훼손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우리가 후회하는 까닭은 연약해서가 아니라, 관계, 개인적 성장, 또는 사회적 영향력처럼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12월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 훼손된 어떤 가치가 불쑥 떠오르곤 한다. 놓친 승진 기회는 헛된 일에 정신을 팔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소원해진 우정은 진정한 관계를 버리고 이익을 선택했던 순간들을 되새기게 한다.

성공만 추구하면 안락함 놓친 것 후회

안락함 우선시하면 성취 못 해 아쉬움

진정한 행복은 적절한 균형 이루는 것

브로니 웨어는 오랫동안 완화 치료 분야에서 일했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과 대화하며 그들이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를 웨어는 정리했는데, 이는 우리가 삶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운 행복의 이중적 본질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행복은 서로 얽혀 있으면서도 분명히 구별되는 두 가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성공이나 성취로서의 행복이다. 이는 개인의 잠재력, 열망의 목표,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고 실현함으로써 얻는 만족이다. 이런 형태의 행복은 우리가 외부 세상에 잠재력을 발휘하는 방식이므로 ‘외적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다. 외적 행복은 미래지향적이며, 자주 고통을 수반하고, 타인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서 오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편안함이나 즐거움으로서의 행복이다. 이는 정서적 안정, 안락함, 여가, 그리고 현재 순간을 즐기는 데서 오는 만족이다. 이런 형태의 행복은 우리가 지금 내부에서 느끼는 정서이므로 ‘내적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다. 내적 행복은 현재 지향이며 경쟁의 승리에 좌우되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에서 얻는 기쁨이나 마음의 평화를 강조하는 사람은 두 번째 행복 개념을 지지한다.

웨어가 꼽은 후회의 핵심에는 두 가지 행복 사이의 긴장이 자리 잡고 있다. 가장 흔한 후회 1번은 “남들이 기대하는 삶이 아닌, 진정한 내 모습대로 살 용기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것인데, 이는 성취에서 오는 행복에 대한 갈망을 보여준다. 안전이나 순응을 택해 야망을 미뤄두었다가, 진정한 만족은 자신의 성공을 추구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은 사람의 후회가 이것이다.

두 번째로 자주 나오는 후회는 “너무 열심히 일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것이다. 이는 편안함에서 오는 행복이라는 이전과 정반대의 행복관을 보여준다. 특히 노년층 환자들은 끊임없는 업무 압박 때문에 가족과 보내는 시간, 여가, 일상의 즐거움을 희생한 것을 후회했다.

웨어의 연구는 한 가지 형태의 행복에 지나치게 치중하면 종종 다른 형태를 희생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공을 좇았던 사람들은 안락함을 놓친 것을 후회했고, 안락함을 우선시했던 사람들은 성취를 이루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진정한 행복은 이 두 가지 사이의 균형이다.

임박한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과 달리 우리 대부분은 1월의 문턱에 서서 미래의 날들을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여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후회의 성격은 비슷하다. 모든 후회는 행복한 삶이 실현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고통스럽게 깨닫는 것이다. 행복에는 성취와 안락이라는 두 형태가 있으니, 후회도 두 종류이다. 올해 기술을 익히거나, 언어를 배우는 데 소홀했다고 자책하는 사람은 야망이나 추진력 부족 때문에 낭비한 잠재력을 후회하는 것이다. 반면 사업이나 정치의 성공에 몰두하느라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고 후회하는 사람은 안락의 순간을 놓쳐버린 데 대해 아파하는 것이다.

후회 없는 삶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후회에 귀 기울이고, 후회가 가져다주는 균형의 교훈을 배우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삶은 충분히 가능하다. 12월 중순의 조용한 성찰은 책을 덮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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