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인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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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재 (주)이화기술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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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은 해양 관광, 음식 관광, 문화 관광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방문하지만 지역체험형 관광과 덜 붐비는 숨은 명소를 탐방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며 느끼는 도시 이미지는 노인과 바다가 연상된다고 한다.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노벨상 수상작 ‘노인과 바다’가 멕시코만의 작은 어항을 배경으로 집필된 것을 보면 도시화된 도심의 풍경보다는 상대적으로 노인 수가 많다는 느낌을 폄하시켜 부르는 말이라 생각된다. 소설 속 노인 산티아고 어부는 조각배를 타고 낚시를 나가 84일 동안 한 마리의 생선도 낚지 못했지만 그의 눈빛만은 바다처럼 푸르고 활기에 넘쳐 있었으며 패배를 알지 못했다. 어느 날 먼 바다를 나가 3일 동안 청새치와의 싸움에서 끝내 이겨 조각배에 묶어 돌아오는 과정에 서 상어떼에게 살점을 다 뜯기고 청새치의 앙상한 뼈만 단 채 항구에 돌아왔지만, 노인은 개의치 않는다. 지친 몸을 이끌고 오두막에 돌아와 깊은 잠에 빠져든다. 꿈속에서 아프리카 해변을 서성이는 사자 꿈을 꾼다. 물리적으로 패배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승리감을 느끼며 소년 마놀린과 함께 먼 바다를 보며 내일을 기약한다.

부산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노인들도 거친 삶에 패배할 수 없다는 용기와 넘어져도 주먹은 쥔 채 일어선다는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 왔다. 20·30대 시절엔 꺼지지 않는 민중항쟁의 횃불을 들고 광장에 나서서 독재정권의 폭압을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향한 의지를 뜨거운 가슴으로 표명하여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고 기초자치제도를 완성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40대에 맞은 IMF 경제 불황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내야했다. 남보다 더 잘해 내겠다는 집요함으로, 열심히 살면서 위기 앞에서도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고 거짓 없이 정직하게 맞서며 포기하지 않았기에 OECD 선진국의 시민으로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초조와 불안 대신 여유를 지닌 노인들, 외모에 연연하지 않는 노인들은 자신의 매력이 성품과 지혜에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어느 학자는 행복에도 경험행복과 기억행복이 있다고 했다. 경험행복은 순간순간 실시간으로 느끼는 감정행복을 말한다. 반면 기억행복은 지나온 삶의 의미를 평가하는 인생만족도를 뜻한다. 기억행복을 가슴에 품고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가듯 살아가는 노인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노인들은 규칙적인 운동습관, 건강한 식습관 그리고 독서나 학습을 통한 지속적 사고의 확장을 생활화한다. 또한 자기 개발을 통해 단순한 학습의 연장이 아니라 타인과의 공감능력을 키우고 다음 세대와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른다. 이러한 노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려면 사회적 제도와 문화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연령차별 없는 고용과 재취업의 기회, 건강관리 서비스의 접근성 강화, 그리고 노년의 지혜를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역사는 사회가 외면한 이들의 가치를 찾아주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역사의 나아감은 노인도 아름답다는 사실을 세상이 깨닫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회 매체와 광고 등에서 노인의 아름다움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고 세대를 아우르는 사회통합운동으로 작용되어야 한다. 여권 발급 창구 앞에서 돋보기를 쓰고 여권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는 80대 초반 할머니의 옅은 미소를 띤 얼굴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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