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으로 안내하는 ‘허위 치안센터 유도선’… 남구청 “예산 없어 못 지웠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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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용호3치안센터 반경 200m
안내유도선 총 1km 남아 있어
센터 폐지 후 1년 10개월 방치
혼선 유발·안전 사고 우려 제기

부산 남구에서 지난해 2월 문을 닫은 옛 경찰 치안센터 건물 안내유도선이 1년 10개월 동안 지워지지 않고 방치돼 있다. 박수빈기자 bysue@ 부산 남구에서 지난해 2월 문을 닫은 옛 경찰 치안센터 건물 안내유도선이 1년 10개월 동안 지워지지 않고 방치돼 있다. 박수빈기자 bysue@
부산 남구에서 지난해 2월 문을 닫은 옛 경찰 치안센터 건물 안내유도선이 1년 10개월 동안 지워지지 않고 방치돼 있다. 박수빈기자 bysue@ 부산 남구에서 지난해 2월 문을 닫은 옛 경찰 치안센터 건물 안내유도선이 1년 10개월 동안 지워지지 않고 방치돼 있다. 박수빈기자 bysue@

부산 남구에서 지난해 2월 문을 닫은 옛 경찰 치안센터 건물 안내유도선이 1년 10개월 동안 지워지지 않고 방치돼 논란이 인다. 잘못된 유도선은 위급 상황에서 시민을 실제 치안시설이 아닌 곳으로 안내해 혼선이나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부산 남구 용호동 옛 용호3치안센터 일대 도로.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화살표가 그려진 치안센터 안내유도선이 골목골목 그려져 있었다. 이 일대는 차량 교행이 힘들 정도로 좁은 골목길이 많은데, 골목에 길게 이어진 유도선에는 ‘치안센터 가는 길’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정작 취재진이 화살표를 따라가니, 치안센터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편의점이 나왔다.

남구청에 따르면 용호3치안센터는 지난해 2월 문을 닫았다. 기존 건물에는 편의점 등이 들어섰다. 치안센터 위치를 안내하는 유도선은 치안센터가 있던 2022년 6월 건물 반경 약 200m에 총 1km로 그려졌다. BIFC 입주사들의 기부금을 받아 ‘환경 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CPTED·셉테드)’을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다.

용호3치안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경찰은 남구청에 셉테드 유도선을 지워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남구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안센터가 사라진 지 1년 10개월 동안 유도선이 정비되지 않으면서 남구청의 범죄예방 시설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대에서 위협을 느낀 시민이 유도선을 따라 도망가더라도 즉각적인 경찰 보호를 받거나 도움 요청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 신고를 위해 유도선을 믿고 따라갔다가는 혼선이 생길 수도 있다.

부산 남구의회 김근우 의원은 “구청은 용호3치안센터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유도선을 방치해 왔다”며 “2년 가까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주민 안전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남구청은 문을 닫은 치안센터 안내유도선을 순차적으로 제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용호3치안센터의 경우 안내선 길이가 길어 2억 원에 달하는 예산 확보에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유도선을 지우기 위해 도로 절삭과 아스팔트 재포장 등 공정이 필요한 만큼 즉각적인 정비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총 길이가 200m에 그치는 문현2·4치안센터 안내유도선을 먼저 제거한 이후 순차적으로 안내유도선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용호3치안센터 유도선은 총 길이가 1km로 사업 규모가 커서 행정 절차, 예산 확보에 시간 필요했다. 현재 관련 용역을 진행 중이고 내년 1분기에 유도선을 제거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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