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제3자 되지 않는다’… 기록 열람 확대
2일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통과
피해자 증거보전 서류 열람 가능해
개정 신호탄 된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강력범죄 피해 국선변호사 지원도
2023년 6월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에서 피해자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형사 사건 피해자가 ‘제3자’가 되지 않는 길이 열렸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에서 공론화됐던 피해자 재판 기록, 검사 기소 기록 등 열람 불가(부산일보 2023년 10월 23일 자 8면 등 보도) 문제가 법 개정을 통해 개선됐다.
4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일 본회의에서 형사 사건 피해자가 증거보전 서류와 기소 뒤 검사가 보관하는 증거 기록까지 원칙적으로 열람·등사(사본 복사)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피해자가 사건에서 제3자로 밀려나지 않도록 ‘피해자 기록 접근권’을 확대하는 차원에서다.
그동안 피해자는 증거 인멸 우려가 있을 때 미리 확보한 증거보전 서류나 기소 후 검사가 가진 증거 기록을 재판부가 허가해야만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2022년 5월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서 귀가하던 김진주(가명) 씨는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머리를 여러 차례 가격당했다. 김 씨는 당시 재판 기록 열람을 여러 차례 신청했지만 재판부 허가를 받지 못했다.
김 씨는 사건 발생 2개월이 지난 2022년 7월 첫 공판에서야 피해 장면이 담긴 CCTV 영상과 자신이 사각지대로 끌려간 7분에 대해 알게 됐다. 결국 그는 가해자에게 민사 소송을 제기하고 1심이 끝난 뒤에 사건 자료를 받았다.
이 과정이 부산일보 기획보도 ‘제3자가 된 피해자’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공분이 일기도 했다. 보도를 통해 피해자가 사건 기록에 접근하지 못해 민사 소송으로 자료를 확보한 사실 등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법원이 보관 중인 형사 소송 기록을 피해자가 원칙적으로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법 개정이 이뤄졌다. 법 개정으로 법원이 보관하는 기록에 이어 기소 후 검사 수사 기록, 증거보전 서류 열람도 가능해졌다.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장애로 기록을 요구할 수 없을 때는 배우자와 직계친족, 형제자매, 변호사까지 기록 열람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열람을 거부하거나 조건부 허가가 이뤄지면 법원이 그 사유를 피해자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같은 날 국회는 특정강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국선변호사 지원을 넓히는 법 개정도 함께 통과시켰다. 기존에는 성폭력, 스토킹 범죄 등에만 국선변호사가 지원됐으나 살인·강도·조직폭력 등 특정강력범죄 피해자까지 국선변호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9세 미만이거나 심신미약 장애인 피해자에게는 국선변호사를 의무적으로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1심 이후에야 성범죄 혐의가 드러났던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는 당시 국선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었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으로 피해자의 형사절차 참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피해자들이 형사절차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