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조종사·승무원 분리교섭’ 기각
“양 직군 근로 조건 현격하지 않아”
중앙노동위, 재심서 기각 결정
노조 “분리 교섭이 효율적” 반발
경영계 “교섭 구조 복잡화” 우려
에어부산 항공기. 에어부산 제공
에어부산 객실승무원 노조가 사측과 교섭에서 조종사 노조와의 분리 교섭을 신청했으나 최근 노동위원회에서 기각됐다. 정부가 소수노조 등 사각지대 노동자 권리 강화를 내세우는 상황에서 현행 노조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한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에어부산캐빈(객실)승무원 노동조합(이하 객실노조)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최근 객실노조가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 결정 재심에서 초심과 같은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앞서 지난 7월 23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 분리 결정을 기각하자 객실노조는 이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노동위는 양 직군의 근로 조건·임금 차이가 분리 교섭을 허용할 정도로 현격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조종사노조와 객실노조 간 교섭 관행이 충분히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분리교섭 불허의 근거로 들었다.
부산지방노동위는 “객실노조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한 차례도 거치지 않고 분리 교섭을 요청해 현 단계에서 바로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교섭단위 분리의 핵심은 교섭권을 누가 확보하느냐의 문제다. 국내 항공사 중 조종사와 일반직을 나눠 분리 교섭을 진행하는 곳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는 내년 3월부터는 원청과 하청 노조 간에도 교섭권 확보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노조법은 사업장 내 복수노조가 있을 경우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대표교섭 노조는 과반수 노조가 맡게 된다. 소수노조는 ‘현격한 근로 조건 차이’ 등이 있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분리교섭을 신청할 수 있다. 객실노조에 따르면 에어부산 조종사노조는 약 230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객실노조는 약 130명 수준이다.
객실노조는 승무원과 조종사는 기본급·수당·정년 등 현격한 근로 조건·임금 차이가 있고, 대표교섭 노조인 조종사 노조 중심의 교섭으로는 승무원의 처우 개선이 반영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객실노조 강민정 위원장은 “직군의 차이로 인한 업무 이해 차이가 크다”며 “교섭창구를 통일해도 결국 각론에서는 각자 상황에 따라 별도 교섭이 필요해 분리 교섭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객실노조는 향후 상황을 고려해 분리 교섭을 재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조종사노조 측은 객실노조가 출범 초기 단계인 만큼 교섭 경험과 조직력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황을 들며 신중한 입장이다. 조종사노조연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직군을 분리할 경우 교섭의 추진력과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와 경영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상반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직역별·소수노조가 개별교섭권을 확보하기까지의 문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관계자는 “정부가 사각지대 노동자 권리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제도적 구조는 여전히 다수노조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영계는 소수노조의 분리 교섭 확대가 교섭 구조를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복수 노조와 각각 교섭할 경우 절차가 늘어나고 비용·인력 부담이 커져 사업장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산 노사민정협의회 관계자는 “교섭창구 단일화는 교섭의 효율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인데, 예외적 분리 교섭이 잦아지면 제도의 본래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