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도 예산 '낙동강 먹는 물' 반영, 이제 해결할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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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식수 패러다임 전환 이뤄야
실행력·주민 수용성·지역 협력 관건

박형준 부산시장이 3일 오후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2026년도 국비 확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박형준 부산시장이 3일 오후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2026년도 국비 확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시가 사상 첫 국비 10조 원 시대를 맞게 됐다. 지난 2일 확정된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부산시가 받는 국비는 10조 2184억 원으로 올해 대비 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은 스마트항만 구축 사업비가 삭감되는 등 일부 미래 신산업 육성 분야를 제외하면, 가덕신공항 등 대다수 사업비는 원안이 유지됐다. 지역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낙동강 먹는 물 사업이 막판에 기사회생해 19억 2000만 원을 확보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지난 수십 년간 좌절을 거듭한 취수원 다변화 사업은 올해도 애초 정부안에서 누락됐지만, 극적으로 부활했다. 먹는 물 공급의 패러다임 전환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낙동강 유역 주민들에게 믿고 마실 수 있는 식수를 제공하려는 ‘먹는 물 사업’이 시작된 건 1991년 경북 구미공단 페놀 유출 사고가 계기다. 식수를 강물에 의존하던 하류 주민들이 안전한 공급원을 찾으려 한 것은 당연지사다. 그래서 낙동강 본류와 지류, 지천의 수질 안정과 이를 바탕으로 한 고도 정수처리, 그리고 광역 상수도망 구축이라는 종합적 공급 체계를 구상한 것이다. 합천 황강 복류수, 창녕 강변여과수 등 새로운 취수원을 통해 하루 90만 톤 규모의 식수를 부산과 경남 동부에 공급한다는 계획은 그 자체로 획기적이다. 하지만 부산-대구-경남 간 이견에 재정 부담과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겹치면서 하세월이 되고 말았다.

부산시는 올해도 먹는 물 사업을 ‘예산 1순위’로 올렸지만, 정부 우선순위에 밀리고 말았다. 지역 정치권과 경제계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호소한 덕분에 국회 심의 때 설계비가 추가되는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확보된 예산은 전체 사업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특히 낙동강 유역 통합관리 구상도 제도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지류와 지천의 수질 편차, 계절별 유량 변화, 지역 간 이해 갈등도 난제다. 예산의 일관된 확보를 위해 정치적 변동성을 극복하는 일은 지역의 몫으로 남았다. 지자체 간 협력에 기반한 속도감 있는 실행력과 주민 수용성 확보 병행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내년 부산 국비 사업 중 가덕신공항은 6889억 원의 정부안이 유지됐다. 하지만 대구경북신공항 건설비 2882억 원이 내년 예산에 미반영된 사례처럼 국책 사업이라 해도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긴장감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부산은 바이오·디지털·해양 분야 사업비도 먹는 물 사업처럼 국회 심의 단계에서 대거 추가돼 주목된다. ‘자율주행 기반 스마트항만 모빌리티 구축 사업’에 19억 6000만 원이 신규 배정되는 등 인공지능(AI)과 해양 신산업이 수혜를 받는다. ‘시민 삶의 질을 개선해 나가면서,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을 모색하자.’ 국비 10조 원 시대를 맞이한 부산 앞에 놓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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