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란 심판에 방점 대통령 계엄 1년 담화 국민 통합 어쩌나
분열 민심 봉합 대신 엄정한 처벌 강조
여야도 공방 반복 국가 미래 발목 잡아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인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인 3일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성명엔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의지가 담길 것으로 기대됐다. 여야가 지난 1년 동안 한치 양보 없이 비상계엄 공방을 벌이면서 정치 실종은 물론 민심 분열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성명에서 통합보다는 내란 심판을 강조했다. ‘정의로운 통합’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으나 과거 지향적 의미로 해석된다. 국민의힘도 사과 대신 책임을 여당에 미루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 대통령과 국힘의 모습은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린 듯한 착각까지 유발한다. 민심을 봉합하기는커녕 기름을 끼얹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 대통령은 성명에서 가담자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정권을 겨냥해 ‘사적 야욕’ ‘친위 쿠데타’ ‘전쟁 획책’ 등을 강조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어 “다시는 쿠데타를 꿈조차 꿀 수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도 ‘정의로운 통합’은 필수”라며 결국 내란 심판에 방점을 찍었다. 여당도 이날 국회 본청 계단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내란의 완전한 종식’을 다짐했다. 2026년을 내란 청산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미 특검 등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시점이다. 지난 1년 정치적 내전으로 국민들은 큰 고통을 받았다. 국론 분열은 민주주의의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분열이 아닌 통합이 절실한 시점이다.
더욱이 여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추가 특검 등을 추진 중이다. 여야 갈등은 더 극심해질 전망이다. 비상계엄 1년을 넘겼지만 극한 공방은 해를 넘겨서도 재연될 조짐이다. 이 대통령마저 성명에서 여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국민 통합과 ‘모두의 대통령’ 등 취임 당시의 약속을 저버렸다.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내란 정국’을 이어가려는 의도라는 말까지 나온다. 국힘도 일부 의원들이 사과했지만 장동혁 대표는 사과 요구에 선을 그으며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과 여야의 이런 태도는 주권자인 국민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어떠한 경우라도 분열을 조장하는 지도자는 국가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국힘은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추경호 의원 구속영장이 이날 기각된 것을 두고 “위헌 정당으로 몰고 가려는 여당 계략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는 반응이다. 비상계엄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여당의 반응도 우려스럽다. 정청래 대표는 “내란 청산을 방해하는 제2의 내란 사법쿠테타”라고 재판부를 겁박했다. 대한민국은 대미 관세 협상으로 인한 경제 위기와 환율 불안 대책은 물론 지역 균형발전 등 산적한 국정 과제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민생 경제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더 늦기 전에 과거에 발목 잡혀 분열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대한민국을 구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