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과’한 국힘 중도파 25인…PK 초·재선들 주목
“계엄은 반헌법·반민주적…윤 전 대통령과 단절”
‘계엄은 의회 폭거 때문’이라는 장동혁 주장 정면 반박
이성권 최형두 신성범 서범수 정연욱 등 PK 의원 참여
친윤-친한 구도 벗어나 당내 중도 성향 의원 주도 의미
이성권 “실제 50명 이상 동조…부산 당원들도 ‘윤 절연’ 원해”
국민의힘 이성권, 김용태 등 의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초·재선을 주축으로 한 의원 25명이 12·3 계엄 사태 1년인 3일 “계엄은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성취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짓밟은 반헌법적·반민주적 행동이었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날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계엄을 사실상 옹호한 장동혁 당 대표의 인식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특히 사과문에는 부산·울산·경남(PK) 중도 성향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국민의힘 이성권·김용태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각각 재선, 초선 대표로 사과문을 읽었다. 이들은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당시 집권 여당 일원으로서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비상계엄을 위헌·위법한 것으로 판결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을 주도한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제 저희는 과거에 대한 반성과 성찰, 그리고 용기 있는 단절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겠다”며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으로 국민께 다시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이날 사과문에는 4선인 안철수 의원, 3선 김성원·송석준 의원을 비롯해 재선인 권영진·김형동·박정하·배준영··엄태영·조은희 의원이 참여했다. 초선인 김용태·김재섭·박정훈·안상훈·우재준·이상휘 의원과 비례 초선인 고동진·김건·김소희·유용원·진종오 의원도 함께했다. 중도 성향의 초·재선 소장파를 주축으로 친한(친한동훈)계 일부가 결합한 모양새다. PK에서는 이성권(재선·부산 사하갑) 정연욱(초선·부산 수영), 최형두(재선·경남 창원마산합포), 신성범(3선·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서범수(재선·울산 울주) 등이 포함됐다.
사과문은 지난해 재선 의원 8명으로 출발한 당내 공부모임인 ‘대안과 책임’이 주도했다. 중도·합리 성향인 이들 의원들은 탄핵 이후 당의 지나친 강경 보수화를 우려하면서 정책 공부를 같이 하며 변화의 시기를 모색해왔고, 계엄 1년을 맞아 직접 행동에 나섰다고 한다. 모임 간사인 이성권 의원 등이 발표문을 정리하고, 107명 소속 의원 전원에게 동의 여부를 물었다.
이 의원은 “지역구 사정 등을 이유로 이름을 넣기는 꺼렸지만, 사과문 취지에 동의하는 의원은 50명 이상이었다”며 “당이 현재와 같이 가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당내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특히 지역구 당원들 대다수도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해야 한다는 동의했다면서 “PK에서 ‘윤 어게인’에 동조하는 당원들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과문 발표가 주목 받는 이유는 현재까지 ‘계엄 사과’와 ‘윤 절연’을 둘러싼 당내 논쟁이 장 대표를 주축으로 하는 친윤(친윤석열)계 등 구 주류와 소수파인 친한계 간의 계파 대결 양상이었는데, 이번에 숨 죽이던 당내 중도 세력이 처음으로 집단 행동에 나섰다는 점이다. 계엄 이후 가장 크게 책임을 져야 할 구 주류가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당내 의사결정을 주도하면서 결과적으로 당이 ‘윤 어게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 대한 중도 성향 의원들의 불만이 비등점에 달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 전까지 장동혁 지도부의 강경 드라이브로 당 지지율 정체가 이어질 경우, 이들의 행동 강도 또한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