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인·버핏發 AI버블 완화…코스피, 2% 반등
4090선 턱밑 마감
10만전자·60만닉스 재탈환
버핏 ‘알파벳 투자’도 영향
17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반등에 성공, 전장보다 77.68포인트(1.94%) 오른 4089.25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 버블’ 우려에 지난주 말 급락했던 코스피가 17일 반등에 성공하며 4090선 턱밑에서 장을 마감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가세 확인과 워런 버핏의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식 6조 원 매수 소식에 AI버블 우려가 과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77.68포인트(1.94%) 오른 4089.25로 마감했다. 지수는 67.00포인트(1.67%) 오른 4078.57로 개장한 직후 4090 가까이 상승했다가 곧 4045.40까지 밀리는 등 장 초반 변동성을 보였으나 이후로는 꾸준히 상승폭을 확대하는 흐름을 보였다.
상승을 주도한 건 외국인 투자자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홀로 5182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반 개인은 4921억 원을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고, 기관은 57억 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선 외국인이 755억 원 매수 우위, 개인과 기관은 각각 425억 원과 169억 원 매도 우위였다.
오후 3시 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는 1.0원 오른 1458.0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증시가 반등한 것은 ‘AI 버블’ 논란 완화라는 심리적 요인과 메모리 가격 인상 흐름이 부각되면서 최근 약세를 보였던 AI 관련주와 대형 기술주에 되돌림 매수세가 유입된 결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일부 D램 가격이 9월 대비 최대 60% 인상됐다는 뉴스가 나온 것이 시장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또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이하 버크셔)가 공시한 기관투자자 보유주식 현황 자료(Form 13F)에 43억 3000만 달러(약 6조 3000억 원) 상당의 알파벳 주식을 보유 중이란 내용이 포함된 것도 호재로 평가됐다. 애플을 제외한 기술주 투자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온 버핏 회장이 태도를 전환한 것이어서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치 못한 구원투수 버핏이 등판한 가운데 코스피는 반도체 대형주가 지난주 금요일 급락분을 만회하는 급반등을 보이면서 상승에 성공했다”며 “버핏의 사실상 마지막 투자 대상이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이란 점도 AI에 대한 우려를 경감하는 요인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시간으로 19일 오후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했을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0만 전자’와 ‘60만 닉스’ 고지를 재탈환하며 이날 거래를 마감했다.
미 해군 최고지휘부가 지난 주말 국내 조선소를 현장 방문했다는 소식에 ‘마스가’(MASGA)로 불리는 한미 조선 산업 협력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HD현대중공업(2.90%)과 한화오션(1.39%) 등 조선주도 강세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제조(2.73%)와 대형주(2.16%)가 강세인 가운데 전기·전자(4.37%), 전기·가스(3.34%), 의료·정밀(2.90%), 건설(1.56%), 음식료·담배(1.41%), 유통(1.17%), 운송장비·부품(1.10%) 등이 상승했고, 종이·목재(-2.08%), 보험(-1.73%), 운송·창고(-1.17%), 제약(-0.80%), 금속(-0.47%) 등이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도 4.77포인트(0.53%) 오른 902.67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6.54포인트(0.73%) 오른 904.44로 개장한 뒤 장초반 한때 하락 반전했다가 이후 낙폭을 만회, 상승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은 각각 560억 원과 363억 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홀로 358억 원을 순매도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