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마항쟁 당시 구속된 대학생, 아슬한 손해배상 소송 승소
서울중앙지법, 2000만 원 지급 판결
불법 구속 인정, 국가 배상 책임 인정
소멸시효 완성 며칠 전에야 소송 제기
변호인 “그동안 배상 가능한지 몰라”
1979년 10월 부마항쟁 당시 부산 시민과 경찰이 있던 거리. 부산일보DB
1979년 부마민주항쟁 기간에 구속됐던 당시 대학교 1학년 학생이 올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어느새 60대가 된 그는 손해배상이 가능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소멸 시효가 만료되기 며칠 전에서야 소송에 나서 배상을 받게 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2단독 김동혁 부장판사는 60대 여성 A 씨가 대한민국(법률상 대표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A 씨에게 2000만 원을 지급하되 지난 9월 24일부터 10월 29일까지 연 5%, 그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 씨는 부산수산대(현 국립부경대) 1학년이던 1979년 10월 6일 오후 5시께 부산 중구 광복동 일대에서 친구들과 ‘유신 철폐’ 등의 구호를 외치고 시위에 참여했다가 같은 날 오후 10시께 집으로 찾아온 경찰에 체포됐다. 동래경찰서로 연행돼 구속된 A 씨는 같은 달 30일 즉결심판에서 선고유예를 선고받아 석방됐다.
A 씨가 구속된 기간 중인 1979년 10월 16일부터 20일까진 부산과 마산을 중심으로 부마민주항쟁이 이어졌다. 당시 공화당의 ‘김영삼 의원 제명 변칙 처리’ 등으로 시작된 부마민주항쟁은 학생과 시민이 가세한 민주화 항쟁이다. 2022년 6월 14일 부마항쟁 진상 규명과 관련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는 A 씨를 ‘15일간 구금을 당한 자’로 판단해 부마민주항쟁 관련자로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A 씨는 올해 7월 1일에야 뒤늦게 소송을 제기했다. A 씨 측 변호인은 “A 씨가 그동안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한지 몰랐고, 다른 사람에게 뒤늦게 이야기를 전해 듣고 소송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정부 측은 재판 과정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2010년경 진실화해위원회 진실 규명 결정이 있던 날부터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3년이 지났다”며 정부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가 결정을 송달받은 2022년 7월 5일에야 자신이 받은 손해와 가해자를 현실적,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이 무렵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봐야 하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영장 없이 체포돼 15일 동안 불법 구금된 상태로 강제 수사를 받았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저지른 반인권적, 조직적 불법 행위로 그 위법성이 중대하다”며 정부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