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안보 협상 마무리 단계
양국 합의 내용 담은 팩트시트 발표
3500억 달러 중 2000억 현금 투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 직전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관세·안보 협상 합의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발표되고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가 서명되면서 오랜 시간 불확실한 상태에 놓였던 양국 간 관세·안보 협상이 마무리됐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는데 2000억 달러를 현금 투자 방식으로 진행하고 1500억 달러는 조선업 분야에서 투자가 이뤄진다. 조선업 투자는 한국이 자율권을 갖고 민간기업 투자, 대출, 보증을 유연하게 섞어 구성한다. 현금투자 2000억 달러는 미국이 인공지능(AI) 분야 확대로 인해 시급한 원전 등 에너지 분야에 특히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16일 산업통상부와 업계에 따르면 팩트시트에서 2000억 달러 투자 분야로는 ‘조선·에너지·반도체·제약·전략광물·AI·양자컴퓨팅 등 다양한 분야’로 제시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의 투자금을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한 에너지 인프라 확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5500억 달러 중 절반이 넘는 3320억 달러를 전력계통에 투자하기로 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달 30일 한국 투자 2000억 달러와 관련해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에너지 기반 시설, 핵심 광물, 첨단제조업,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4일 공개된 팩트시트에는 그동안 양국 정부가 설명했던 관세, 대미 투자, 군사·안보 등 합의 내용이 분야별로 정리됐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15%로 인하하고, 자동차·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율도 25%에서 15%로 내린다. 의약품 관세도 15%가 적용된다. 미국이 아직 관세 부과를 확정하지 않은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관세는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합의됐다. 미국 기업들이 네트워크 사용료 및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에서 불필요한 장벽에 부닥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안보 분야에서는 “양 정상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또 미국은 지속적인 주한미군 주둔을 통한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재차 명시했다. 다만 현재 주한미군 병력 규모인 2만 8500명을 계속 유지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한국이 주한미군을 위해 330억 달러 상당의 포괄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반영됐다. 이는 향후 10년간 방위비 분담금을 비롯해 주한미군에 제공하는 토지, 세금감면 혜택 등 직·간접비용을 수치화한 것으로, 추가로 새로운 지원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한미는 또 한국의 국방비를 조속히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