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말뫼’ 통영 폐조선소 재생사업 또 암초
사업비 반 토막, 토양 정화 범위 논란
가다 서기 반복하다 지난해 작업 착수
최근 공유수면 매립지 정화 범위 포함
전체 사업 범위 7만 6970㎡로 확대
전체 사업 로드맵도 수정 불가피 예상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사업 대상지인 옛 신아sb 작업장. 현재 오염 토양 정화 사업이 진행 중이다. 통영시 제공
한때 ‘한국판 말뫼’ 프로젝트로 주목받았지만 반 토막 난 사업비에다 토양 정화 사업 논쟁으로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 겨우 본궤도에 오르는 듯했던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사업’이 다시 주춤하게 됐다.
앞서 정화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을 빚은 공유수면 매립지가 뒤늦게 포함되면서 본 사업 완료 시점도 장담할 수 없게됐다.
16일 통영시에 따르면 통영 폐조선소 오염 토양 정화 사업 범위가 공유수면 매립 구역까지 확대됐다.
추가된 면적은 2744㎡다. 이에 따라 전체 정화 면적은 7만 6970㎡로 늘었다.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은 과거 지역 경제를 이끈 원동력에서 지금은 흉물이 돼 버린 폐조선소를 관광·문화 거점으로 조성해 새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프로젝트다.
2017년 국토교통부 주관 문재인 정부 1호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선정되면서 ‘한국판 말뫼’로 불리며 큰 관심을 모았다.
스웨덴의 작은 해안 도시 말뫼는 통영과 마찬가지로 주력이던 조선업이 무너지면서 경제 기반을 잃었지만, 1990년대 중반 도시재생 덕에 환경친화적인 교육·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났다.
신아sb 역시 과거 중소 조선의 부흥을 이끌며 한때 수주잔량 기준 세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나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5년 11월 파산했다.
그 여파로 조선소를 기반으로 형성된 주변 지역도 극심한 침체에 허덕였다.
이에 정부는 뉴딜을 통해 옛 신아sb 사업장을 중심으로 도남·봉평동 일대 51만㎡를 재개발하기로 했다.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사업 조감도. 부산일보DB
이후 국토부는 부처연계, 한국토지주택공사(LH)·민간 투자를 합쳐 1조 1000억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런데 세부 계획 조율 과정에 사업비는 발표 규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4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를 두고 어정쩡한 사업 추진에 도시재생은커녕, 또 다른 애물단지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여기에 토양 정화 사업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한동안 표류했다. 2019년 사업부지 내 토양 정밀조사 결과 용지 전반이 중금속에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토양정화사업 민관협의회’가 꾸려졌고 2023년 6월에야 도시개발구역이 지정·고시돼 정화 작업이 시작됐다.
현행 토양환경보건법은 지목에 따라 지역을 구분해 정화사업을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지역은 주거·하천, 2지역은 상업·문화·관광, 3지역은 도로·공장용지다. 등급이 높을수록 정화 기준이 까다롭다.
통영 폐조선소 부지는 1지역 9만 8842㎡(오염토양 15만 6714㎥), 2지역 6만 1215㎡(6만 5987㎥), 3지역 1만 6898㎡(1만 6196㎥)로 확인됐다. LH는 이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반면, 환경단체는 부지 전체를 1지역 수준으로 정화할 것을 요구했다. 바다와 맞닿은 공유수면 매립지는 어느 한 지점을 정화하더라도 스며드는 바닷물에 섞여 중금속과 환경유해물질이 이동해 주변을 오염시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인 옛 신아sb 부지 토양오염 조사 결과.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제공
하지만 LH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공공 이용 공간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3지역을 2지역 기준으로 상향하고 지난해 정화 작업을 시작했다. 오염 토양을 굴착, 씻은 뒤 기준에 적합한 토양만 되메우는 방식이다. 추정 사업비는 304억 원. 10월 말 기준 공정률은 44.2%다.
그런데 지난 7월,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인가로 공유수면 매립지가 해양공원 부지에 포함되면서 일정이 꼬였다. 통영시는 LH에 오염범위 재설정을 요청했고, 오염이 확인된 면적에 대해 3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1지역 기준에 맞춰 정화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전체 사업 로드맵도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LH는 애초 2026년 4월까지 정화 작업을 마치고 본 사업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범위 확대로 최소 3개월 이상 공정 지연이 예상된다. LH는 늦어도 9월 말 해양공원 공사에 착수한다는 목표다.
천영기 통영시장은 현장 점검에서 “정화 작업은 법적 기준을 철저히 준수해 정확하고 안전하게 추진돼야 한다”면서 “다소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안전하고 쾌적한 수변문화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