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은 생산·창조의 장소… 일하는 환경 바뀌면 새 아이디어 태어나” [도시 부활, 세게에서 길 찾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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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 ‘덩크소프트’ 호시노 대표

덩크소프트 호시노 히로시 대표. 덩크소프트 호시노 히로시 대표.

일본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여전히 심각하지만, 그 흐름에 역행하며 새로운 근무 모델과 지역 활성화를 실험해 온 선구적 기업이 있다. 일본의 IT 솔루션 기업 ‘덩크소프트’다. 이 회사의 호시노 히로시 대표는 일본 내에서 워케이션과 원격 근무가 생소했던 초기 단계부터 이를 경영의 핵심 전략으로 삼아왔다.

도쿄 미나토구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덩크소프트의 실제 업무는 홋카이도부터 규슈까지 전국 각지의 지방 거점에서 분산되어 이루어지고 있다. 이날도 호시노 대표는 도쿄 본사를 비롯해 도쿠시마, 홋카이도 등 여러 지역 거점을 잇는 화면 속에서 전국 각지에서 근무 중인 개발자들이 함께 연결돼 있었다. 호시노 대표는 “우리에게 워케이션은 단순히 일하는 장소를 바꾸는 게 아니라, 사람과 지역의 관계를 다시 쓰는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호시노 대표가 ‘분산형 근무’의 가능성을 실험하기 시작한 건 2011년 동일본대지진 직후였다. 정전과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도쿄에만 모든 기능이 집중된 구조의 한계를 절감했다. 그는 “우연히 아는 사람이 있던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초에 거점을 두게 됐다”며 “전력 불안이 이어지던 시기에 지역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실험은 일본 공영방송 NHK가 10분짜리 다큐멘터리로 소개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후 가미야마초는 일본 내 ‘위성 오피스’의 상징적인 지역으로 떠올랐다.

덩크소프트는 도쿄 치요다구 간다 지역을 거점으로 하되, 모든 직원이 재택 또는 지역 분산 근무를 하고 있다. 현재 도쿠시마시에 지역 사무소를 두고 있지만, 회사 전체가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구조’를 이미 갖췄다.

덩크소프트의 모델은 단순히 지방 출장이나 재택근무와는 차별화된다. 호시노 대표의 말처럼, 직원들은 지방 거점에서 ‘삶터’를 마련하고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며 업무를 수행한다. 이들이 지방으로 이동하면서 그들이 조성하는 생활권이 곧 지역 경제의 순환을 돕는 것이다.

그는 “기업이 중앙집중형으로 운영되던 과거에는 모든 인재와 자본이 도쿄로만 빨려 들어갔지만, 이제는 기업이 스스로 그 자원을 지방으로 분산시킬 수 있게 되었다”며 “이는 직원들의 복지 차원을 넘어, 지방 소멸에 맞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경제적 해결책이 된다”고 말했다.

호시노 대표는 워케이션을 통해 얻는 가치를 단순히 비용 절감이나 근로 만족도 향상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방을 단순한 업무 공간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방은 단순한 업무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가 태어나는 창조의 장”이라며 “도쿄와는 다른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직원들은 정형화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일본)/글·사진=변은샘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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