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할 수 없는 김해 공중화장실 ‘비상 안심벨’
김해 전체 585곳 중 270곳에 부착
버튼 누르면 경찰에 연결되는 장치
일부 작동 안 해 안전 우려 목소리
“관리 부실 시 역효과 가능” 지적도
강제성 없는 민간 화장실은 더 취약
경남 김해시 봉황동의 한 공중화장실 출입구에 ‘안심 화장실’을 알리는 안내판이 부착돼 있다. 이경민 기자
경남 김해시 공중화장실에 설치된 ‘비상 안심 벨’ 중 일부가 먹통으로 드러나 시민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김해시에 따르면 현재 김해시가 관리 중인 공중화장실은 585곳이다. 이 중 270곳에 안심 벨이 설치됐다. 관리인 상주 등으로 설치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 곳을 뺀 수치다.
안심 벨은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여성의 안전을 위해 화장실 내부에 설치되는 방범 기기이다. 위기 상황 발생 시 벨을 누르면 입구에 부착된 경광등이 켜지고 비상벨이 크게 울린다. 각종 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설치됐다.
또한 경찰서 112상황실과 연동돼 있어 인근 지구대 경찰이 즉각 출동해 구조가 가능하다. 외부에 설치 안내판과 경보장치도 표시돼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김해시는 최근 주요 관광지 공중화장실에 부착된 안심 벨이 불량 상태라는 신고가 접수됐는데도 한 달이 넘게 조치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한 이용객은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과연 그 기능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염려된다는 불안감을 호소했다.
김해시 봉황동에 거주 중인 이 모(52) 씨는 “주말이면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평일이나 야간엔 비교적 한산해 화장실을 이용할 때 불안한 마음이 든다”며 “그래도 ‘첨단 비상벨 시스템 작동 중’이라는 안내판을 보고 조금 안심했는데, 벨 상태를 보니 마음이 더 불편해졌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30일 경남 김해시의 한 공중화장실에 설치된 비상 안심벨이 고장난 상태로 변기 위에 놓여 있다. 이경민 기자
실제로 <부산일보> 취재진이 수릉원 인근 한 공중화장실에는 화장실 칸마다 설치돼 있어야 할 안심 벨들이 벽에서 떨어져 흔적만 남아 있거나 변기 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심지어 벨을 눌러봐도 딸깍 소리만 날 뿐 반응이 없었다.
이미 지난 9월 김해시 담당과에도 이러한 사실이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한 달이 넘도록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달 현장 일대에서는 ‘국가유산 야행’ 행사도 열렸다.
이에 김해시 측은 “이용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추석 전 진행한 합동점검을 통해 담당과에 고장이 난 사실을 전달했는데 아직 수리가 안 된 것 같다”며 “앞으로는 좀 더 세심하게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김해시의 경우 화장실 위치에 따라 스마트도시과, 공원녹지과, 하수과, 관광과 등이 맡아 관리한다. 부서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체계적으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민간 화장실의 경우는 안전에 더 취약하다. 안심 벨 설치 관련 조례 부재로 강제성이 없는데 다 비용 등의 문제로 설치가 더욱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이다.
이 때문에 유흥가 밀집 지역 등은 여성들이 범죄에 노출됐을 때 대응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상업시설이 집중된 김해시 내외동에도 안심 벨이 설치된 민간 화장실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안심 벨이 설치돼 있다는 것만으로도 범죄 억제와 예방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제대 경찰행정학과 신상화 교수는 “공중화장실은 은밀한 공간이면서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대중적인 공간”이라며 “범죄자가 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특정 구역을 알게 된다면 범죄 충동이 일 때 가장 먼저 그곳을 떠올릴 수 있다.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흥 시설이 모여 있는 곳은 술에 취한 사람들이 드나들기 때문에 안전 확보에 더 취약할 수 있다”며 “민간 화장실에도 일종의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