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가덕신공항이 빨리 개항해야 하는 이유
                    가덕신공항 향한 억측·비방 '진행형'
김해공항, 위험과 한계 상존 불구
수도권 중심 시각·의도적 외면 탓
빠른 신공항 착공·개항만이 해소책
                
			숱한 정치적 논란과 지역 갈등을 낳았던 가덕신공항. 착공과 개항이 눈앞 현실이 된 불가역적 국책사업이 됐지만, 김해공항이나 가덕신공항 관련 기사에는 으레 신공항에 대한 불신과 의혹, 비방을 담은 댓글이 이어진다. 좁은 땅덩이에 문제투성이 신공항 건설은 불필요하다거나, 김해공항을 확장하자는 주장들이다. 아마도 개항하는 그날까지도 구설꾼들 사이에서 입방아거리가 될 듯하다.
주장은 이렇다. 가덕도가 철새가 많고, 태풍의 길목이어서 조류 충돌과 강풍에 의한 사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2002년 돗대산 중국 민항기 추락 사고를 이용해 위험성을 과장,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는 글도 눈에 띈다. 당시 참사는 기장의 부주의였을 뿐, 조종사들의 비행 실력을 늘리면 될 일이라는 글도 있다. 돗대산을 깎아버리면 되고, 산을 없애는 비용이 신공항 건설보다 훨씬 적게 든다는 주장도 있다. 남풍이 불면 김해공항의 북쪽 돗대산까지 근접 비행해 선회 착륙을 해야 하는 김해공항의 위험천만한 숙명을 두고, 가덕도에도 남풍이 부니 위험은 매한가지라는 주장과 김해공항의 활주로 방향만 바꾸면 되니 신공항은 필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수도권 언론이 만들어낸 ‘멸치 말리는 공항’이라는 조롱을 소환하며, 부산 언론이 투기꾼과 건설업자의 배를 불리려 신공항을 못 지어서 안달이라는 글도 빠지지 않는다.
올해 김해공항에서는 안전과 공항 운영에 태생적 취약성을 드러낸 두 사건이 있었다. 6월 김해공항 활주로에 접근하던 대만 중화항공 여객기가 선회 착륙을 시도하다 정상 선회 비행 경로를 벗어나 돗대산 쪽으로 바짝 붙어 아찔한 비행을 했다. 대만 언론은 “129명의 사망자를 낸 돗대산 중국 민항기 추락 사고가 되풀이될 뻔했다”고 보도했다. 8월에는 김해공항에서 출발한 진에어 여객기가 이륙 직후 조류 충돌 사고가 발생해 약 338km 떨어진 인천공항으로 회항했다. 김해공항이 코앞인데도, 김해공항으로 회항할 경우 승객들이 대체 항공편으로 갈아탄 뒤 이륙할 시간이 커퓨 타임(야간 이착륙 제한 시간)에 걸리기 때문에 내려진 웃지 못할 결정이었다.
전자는 김해공항의 지형적 위험성을 보여줬다. 김해공항은 북쪽에 산이 자리 잡은 분지 지형이다. 특히 기후 변화로 여름이 길어지고 남풍이 부는 날이 잦아지며 산을 피해 선회 착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난도가 매우 높아 특히 지형에 익숙지 못한 외국 항공사 조종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다. 후자는 커퓨 타임의 존재로 24시간 운항이 불가능한 ‘반쪽짜리 공항’으로서 한계를 드러냈다.
활주로 방향을 바꾸거나, 김해공항을 확장하자는 주장은 김해공항의 이러한 구조적 한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 어쩌면 의도적인 외면도 자리할 것이다.
김해공항 확장론은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의 사례와 견줘보면, 더욱 논리가 빈약하다. 김포공항은 주거지와 산업 시설이 인접해 있다. 소음 문제로 야간 운항 제한 시간이 존재한다. 항공기 이착륙 경로가 주거지와 산업 시설을 경유해 사고 위험도 상존한다. 공군과 함께 사용하는 공항으로 공항 운용의 제약도 존재한다. 이 모두가 김해공항과 같은 조건이다. 야간 항공기 운항과 시설 확장이 불가능해 수도권의 급증하는 국제선 항공 수요를 처리할 수 없게 되자, 신공항으로 인천의 섬 영종도에 건설한 것이 인천공항이다.
김해공항과 닮은꼴인 김포공항을 두고 보면, 가덕신공항 불가론은 철저한 수도권 중심적 시각이다. 그들에겐 반쪽짜리 김해공항의 한계로 어쩔 수 없이 인천공항을 이용하며 시간적·경제적 비용과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동남권 주민들이 대수롭지 않을지 모른다.
가덕도에 철새가 많아 위험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김해공항은 물론, 인천공항과 김포공항도 철새 도래지와 인접해 있다. 공항 입지 조건의 특성과 조류 서식지의 특성이 본질적으로 겹쳐서다. 조류 충돌 위험은 ‘상수’로 예방과 관리가 중요한 문제다. 그렇게 따진다면, 철새 도래지와 인접한 김포공항은 물론, 인천공항 역시 애초에 없었어야 했다.
가덕도가 태풍의 길목이라는 주장도 어디 우리나라에 상륙하는 태풍이 가덕도로만 거쳐 가는가. 태풍이 오면 어떤 공항이든 항공기 운항이 어렵다.
적자 공항이 될 것이라는 주장 역시 터무니없다. 김해공항은 개항 이래 처음으로 올해 국제선 이용객 1000만 명 달성이 예상된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김해공항 국제선 이용 수요는 수용 능력을 넘어선 지 오래다. 연휴 등에는 이용객들이 몰려 극심한 혼잡을 보인다. 곧 신설되는 제2출국장은 궁여지책이다.
가덕신공항을 둘러싼 갖은 억측과 근거 없는 비방은, 공항이 마침내 개항해 위용을 드러내고 동남권의 관문 공항으로 비상할 때 비로소 잦아들 것이다.
이대성 사회부 차장 nmaker@busan.com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