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위험' 꼬리표 벗었지만 웃지 못하는 부산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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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개편으로 '위험'→'관리'로
지수 값 자체는 오히려 더 악화
영도구 등 6개 구는 '경계' 분류

고령화와 청년 인구 유출로 지방소멸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부산 원도심 일대 모습. 부산일보DB 고령화와 청년 인구 유출로 지방소멸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부산 원도심 일대 모습. 부산일보DB

지방소멸위험지수 개편으로 부산이 지난해 광역시 중 첫 '소멸 위험' 단계 진입에서 올해는 위험 정도가 더 낮은 '관리' 단계로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수가 개선된 게 아니라 '위험' 기준을 더 강화한 결과로, 과잉 대응보다는 지역별 맞춤 대응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 발간한 '지역산업과 고용' 가을호에 이상호 연구위원이 이 같은 내용으로 분석한 '지방소멸 2025:신분류체계와 유형별 정책과제' 연구 보고서를 게재했다.

개정된 지방소멸위험지수 분류 체계에 따르면 부산은 지수 값 44.8로, 대구(50.6), 울산(55.9) 등과 같은 '관리' 단계로 분류됐다. 한 단계 위 '경계' 지역에는 전남(30.6), 경북(31.4), 강원(35.4), 전북(36.2), 경남(39.9) 등 5곳이 포함됐다. 더 높은 '위험' 단계에 진입한 광역시·도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부산은 지수 값 0.490(3월 기준)으로, 광역시 중 처음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분류돼 파장이 컸다. 이 연구위원이 2016년 처음 만들어 대중화된 지방소멸위험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수 대비 65세 이상 인구수'를 지수 값으로, 소멸 위험 지역을 낮음(1.5 이상), 보통(1.0~1.5 미만), 주의(0.5~1.0 미만), 위험 진입(0.2~0.5 미만), 고위험(0.2 미만)의 5단계로 나눴다.

올해 9년 만에 개정된 체계는 지수를 백분율로 환산하고, 소멸 위험 단계를 양호(100 이상), 보통(60~100 미만), 관리(40~60 미만), 경계(20~40 미만), 위험(10~20 미만), 심각(10 미만)의 6단계로 조정했다. 과거에는 지수 값이 50 미만, 즉 20~30대 여성 인구가 노인 인구의 50% 아래로 떨어지면 '위험 진입'으로 분류했다면, 새 체계에서는 20% 미만까지 낮아져야 '위험' 단계가 된다.

그 결과 올해 부산은 지수 값(44.8)은 백분율 환산 전으로 비교하면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악화됐지만, 분류는 '관리' 단계로 하향 조정됐다. 지수 값만 보면 부산은 광역시 중 여전히 최하위이고, '관리' 지역 6개 시·도 중에서도 충남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 연구위원은 지수 개편 배경에 대해 "부산 같은 대도시와 극단적인 고령화가 진행된 농어촌 낙후 지역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게 맞느냐는 고민이 있었다"면서 "'지방 소멸'이라는 용어에 매몰돼 위험을 부풀리기보다는 지역별로 위험 정도와 원인을 따져서 지역에 맞는 변별력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지수 체계를 현실적으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국 시군구 가운데 2002년 4곳으로 시작한 소멸 위험 지역은 지난해 129곳(56.6%)으로 늘었다. 반면 개정 체계를 적용하면 올해 소멸 위험 지역은 229곳 중 62곳(27.1%)이다. 부산 16개 구·군 중에는 위험 지역은 없고, 남구(44.2), 사상구(42.3), 북구(42.0)가 '관리', 사하구(38.0), 금정구(37.9), 동구(37.0), 중구(36.5), 서구(34.4), 영도구(23.3)가 '경계'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 연구위원은 "부산과 같은 대도시 원도심 지역은 기존 상권을 혁신하고 첨단산업과 연구개발 지원 기능을 모으는 하드 인프라 개선뿐 아니라 청년과 인재들이 활동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 인프라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지역 상황에 맞는 정책 지원을 위해서는 지역 주체의 능동적인 대응과 함께 정부의 지방 소멸 정책도 변화가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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