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군의회 “궁류 사건 희생자·유가족 명예 회복 지원”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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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총기 난사로 90명 사상
40여 년 만에 합동 위령제 거행
“국가 과실, 특별법 통해 도와야”

1982년 4월 경남 의령군 궁류면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장례 행렬. 의령군 제공 1982년 4월 경남 의령군 궁류면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장례 행렬. 의령군 제공

의령군의회가 ‘궁류 사건’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통해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의령군의회는 지난 17일 오후 제29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고 황성철 의원이 대표 발의한 ‘궁류 사건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 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18일 밝혔다.

궁류 사건은 1982년 4월 26일 밤부터 27일 새벽까지 의령경찰서 궁류지서에서 근무하던 우범곤(당시 27세) 순경이 인근 예비군 무기고에서 카빈총 2정과 실탄 129발, 수류탄 6발을 탈취해 궁류면 4개 리(里)를 거닐며 56명을 사살하고 34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다.

우 순경은 야간 근무를 마치고 낮잠을 자던 중 동거녀가 파리를 잡겠다고 손바닥으로 자신의 가슴을 내려치자 크게 분노하며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범행 도중 일가족 5명을 인질로 잡고 있다가 수류탄을 터뜨려 자폭해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관 다수가 술에 취해 있거나 근무지를 이탈해 온천을 이용하고 있는 등 근무 태만이 만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장 경찰관들이 우 순경 제압은커녕 되레 자신들이 대피해 몸을 숨기는 등 적절한 대응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대미문의 이 사건은 전두환 군사정권의 통제로 언론보도가 제지되는 등 은폐됐고 희생자·피해자, 유가족들은 매해 같은 날 같은 동네에서 제사를 내내며 고통 속에 지냈다.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42년이 지나 작년에 겨우 첫 합동 위령제를 거행하며 긴 시간 묵힌 한을 조금이나마 달랬다. 이는 국·지방비 총 30억 원을 들여 ‘의령 4·26 추모공원’을 조성하면서 가능해졌다.

유가족들은 첫 위령제에서 경찰 참석을 거부했고, 김성희 경남경찰청장이 취임 직후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올해 4월 두 번째 위령제에 참석한 김 청장은 경찰을 대표해 “그날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며 다시 한번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추모 공원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피해자·희생자 지원까지 인구 2만 5000명의 소도시 의령군에서 부담하기엔 재정적인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의령군의회가 나서 이번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 것이다.

황 의원은 “궁류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국가의 명백한 과실로 발생한 참사”라며 “희생자와 유가족들이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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