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OMA 눈으로 본 부산
현대 건축의 거장이자 2000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렘 콜하스. 세계 건축계의 중심에서, 그는 단순한 건축가를 넘어 도시와 사회를 읽는 사상가로 자리매김해 왔다. 모더니스트, 해체주의자, 휴머니스트라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지만, 그를 어느 하나로 딱히 규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는 흔히 ‘건축계의 철학자’로 불린다. 그는 도시를 읽고 시대를 해석하며 공간 너머의 정치와 문화를 사유한다. “도시는 언제나 불완전하다. 그래서 흥미롭다”고 말하는 그의 언어는 완벽한 설계보다 열린 상상력에 방점을 찍는다.
콜하스는 1975년 동료 건축가들과 함께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를 설립했다. 현재는 그와 쇼헤이 시게마츠, 크리스 반 두인 등 7명의 파트너가 회사를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OMA는 로테르담 본사를 비롯해 뉴욕, 홍콩, 브리즈번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세계 건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 OMA는 콜하스의 철학을 바탕으로 도시의 복잡성과 맥락을 반영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여 왔다. 이를테면 미국 ‘시애틀 중앙도서관’과 포르투갈 ‘카사 다 뮤지카’를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은 OMA가 추구하는 ‘도시와 문화의 만남’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OMA의 철학과 작품이 오는 17일부터 벡스코에서 ‘Busan Style-Culture meets Architecture’를 주제로 열리는 2025 부산국제건축제의 특별전(OMA 건축전·도시전)을 통해 부산에 소개된다. 건축전에서는 ‘광안리 해변’ ‘미포 엣지’를 비롯한 14개의 대표적 문화 프로젝트를 통해 OMA가 건축과 문화를 어떻게 연결하고 확장해 왔는지를 조망한다. 도시전에서는 OMA의 리서치 조직인 AMO가 부산을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특히 경사지 주거 연구 프로젝트는 부산이 지닌 고유한 지형의 잠재력을 새로운 건축적 관점에서 탐구한다.
부산은 평탄하지 않은 지형과 바다, 산이 공존하는 도시 구조를 지닌다. OMA는 이러한 부산의 복잡성과 불균형을 오히려 도시 자산으로 보고 이를 반영한 건축을 제안한다. 관람객들은 OMA가 제시한 다양한 실천과 실험을 이해하는 동시에 부산이 지닌 고유한 맥락을 다시 바라보고 도시와 건축의 미래를 상상하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부산이 정체성을 되새기고, 미래의 도시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OMA의 시선은 우리에게 묻는다. "어떤 부산을 지어 올릴 것인가?"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