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에 ‘헛꿈’ 꾼 남구청… 용호부두 마리나 유치 ‘좌초 위기’
용호부두 부지 소유한 BPA
‘마리나 도입’ 계획 선회 결정
남구청 공약 사업 물거품 속
자체 추진한 용역비만 날려
설문조사 결과 주민도 외면
부산 남구가 야심 차게 추진한 용호부두(현 용호별빛공원) 마리나 요트클럽 조성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용호부두 부지 소유주인 부산항만공사(BPA)가 사업성과 현실성 부족을 이유로 마리나 도입 계획을 접고 새로운 구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BPA에 따르면 ‘부산항 용호부두 재개발사업 수정 사업계획 수립 용역’ 준공이 이달에서 내년 상반기로 연기될 예정이다. 용역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용호부두에 ‘마리나 시설’을 조성하려던 당초 계획이 변경되면서 또 다른 재개발 방안을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BPA는 용호부두에 마리나 시설을 도입하는 것이 사업성과 현실성이 낮다고 판단한다. 인근에 육·해상 요트 448척을 수용할 ‘수영만 마리나’가 자리하는 데다, 신규 마리나 시설 조성에 드는 대규모 사업비를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본다.
사업비는 최대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민간 업체를 찾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가 거점 마리나 항만으로 선정되면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그 조건으로 수용 가능한 선박이 300척에 도달해야 하는데, 당초 용호부두 일대에 조성하려 한 계류장은 60척 규모에 그치기 때문이다.
오은택 남구청장은 해당 사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용호부두를 마리나·해양관광시설을 갖춘 복합해양거점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남구청은 구비 5400만 원을 들여 마리나 요트클럽을 유치하는 내용으로 용역을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당시 용역 결과에 따르면 사업타당성(B/C)은 1.13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업성을 무리하게 확보하기 위해 용역을 엉터리로 진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리나 시설 조성을 위해 필수적으로 확충해야 하는 방파제 설치 예산을 용역 과정에서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총사업비는 1436억여 원으로 크게 낮게 추산됐다.
방파제 설치 비용을 포함한 총사업비는 정확히 산출되지 않았다. 다만 BPA는 해당 예산이 500억~7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비용을 사업비로 포함하면 B/C가 매우 낮아져 정확한 사업비를 계산할 필요도 없었다는 것이 BPA 측 설명이다.
이처럼 마리나 조성의 타당성에 의문이 커지자 BPA는 용호부두 부지 활용 방안을 새롭게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BPA는 지난해 11월 용호부두 반경 2km 이내 남구 주민 302명에게 희망하는 개발 방향을 묻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응답 중에는 ‘문화·여가 공간 및 공원’(31.4%) 가장 많았다.
BPA는 주민 요구에 부합하면서도 용호부두를 개발할 현실적인 방안을 고심하겠다는 입장이다. BPA 재생계획실 관계자는 “현실을 고려해 마리나에 매몰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며 “남구청·부산시와 협의해 주민이 원하는 용호부두 개발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 공약 사업에 제동이 걸렸지만 남구청은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남구청 관광체육과 관계자는 “용호부두에 마리나 시설이 조성된다면 지역 주민과 남구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BPA의 결정을 고려해 용호부두의 활용도를 높이고, 세계적 명소로 조성하기 위해 마리나 시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