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예산의 고작 1% 해수부 배정, 말뿐인 해양강국
해양 신성장 동력 조성 변죽만 요란
최종 예산 증액 등 행동으로 보여야
정부 예산 책정은 예산 집행기관인 정부가 국회에서 심의 확정할 수 있도록 각 부처별로 예산을 배분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한해 정부 예산은 한정돼 있으므로 부처별 배분 예산 규모에 따라 해당 부처의 정책 실행력이 담보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예산 책정 행위에는 정부의 정책 실행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2일 발표한 내년도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예산 책정 결과를 살펴보면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그동안 목소리를 높여온 ‘해양강국 대한민국’의 실현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올해 예산보다 증액됐다는 사실에 안주하기엔 예산 책정 규모만으로도 해수부의 현실이 너무 비루해서다.
2일 정부가 밝힌 해양수산부의 내년도 예산 책정 규모는 7조 3287억 원에 달한다. 올해 해수부 예산 6조 7816억 원에 비하면 8%가 넘게 증액된 규모다. 하지만 정부 부처 내년 예산 책정 총액 728조 원에 비하면 1%에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의 예산 규모다. 경제성장과 관련한 부처라며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각 25%, 12%씩의 예산을 증액 책정한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부처별 예산 책정 증액 폭만을 기준으로 단순 비교할 순 없겠지만 명실상부한 해양강국 대한민국을 실현하겠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부터 띄워올린 해수부 역할론을 반추해 보면 실망감을 감추긴 어렵다.
정부 조직 개편 등을 통한 해수부의 기능 강화도 아직 요원한 마당에 해수부 예산만 터무니없이 큰 폭으로 올려 책정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 온 북극항로 개척 등의 정책을 선구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수준의 예산 증액은 필요조건이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정부의 내년 예산 책정 증액률보다는 큰 폭의 예산 책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해수부 예산 책정 증액 규모는 딱 정부 예산 책정 증액률 수준에만 머물렀다. 해수부 예산 책정 규모를 놓고 정부가 해양강국 변죽만 울린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한 귀결이라 할 것이다.
해양강국 대한민국의 실현을 위해 필수적으로 선결돼야 할 ‘해양수도 부산’도 현재 관련 특별법의 내용과 처리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인 상황이다. 조선·해양플랜트 정책 이관 등을 통한 해수부 기능 강화도 숱한 필요성 제기에 비해서는 실현 시점조차 가늠이 안 되는 지경이다. 여기에다 해수부 예산 책정 규모까지 기대에 못 미치니 정부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의구심 불식은 말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아직 예산 책정 단계인 만큼 쪽지 예산으로 막판 안배를 하는 행태 이상의 의지만 있다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 증액은 가능한 일이라 본다. 해양강국 대한민국을 향한 의지는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