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의 유료도로 정책 전면 재검토 필요하다
백양터널 무료 교통량 폭증 예상 빗나가
재유료화 명분 약해… 통행료 체계 점검을
1월부터 통행료가 무료화된 백양터널이 무료화 이전과 비교해 교통량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백양터널을 이용한 차량은 하루 평균 7만 9630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7만 1930대에 비해 7700대(약 10.7%) 증가한 수치다. 백양터널 일대 정체를 예상한 차들이 다른 도로로 우회하면서 교통량 증가 폭이 둔화한 것이다. 시는 백양터널이 무료화되면 일일 교통량이 최대 41% 증가해 교통 혼잡이 가중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무료화로 교통량이 폭증할 것으로 봤던 시의 예상이 크게 빗나간 셈이다. 이로 인해 시의 백양터널 재유료화 계획에 대한 명분이 현저히 약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시는 백양터널의 만성적인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신백양터널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31년부터 기존 백양터널 옆에 하행선 전용 3차로를 확장해 운영하는 사업이다. 기존 백양터널(4차로)은 상행선 전용으로 운영되고, 양방향 모두 민간사업자가 유료로 통합 운영하는 것이 현재 계획이다. 시는 당초 백양터널이 무료화되면 일일 교통량 증가와 교통 혼잡을 감안해 요금 인하 방식으로 유료 운영을 지속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여론의 반발로 신백양터널이 개통하는 2031년까지 조건부 무료화를 결정했다. 하지만 예상치와 통행량 차이로 인해 신백양터널 개통 이후 백양터널의 유료 전환은 숙의가 필요한 상황이 돼 버렸다.
현재 부산의 유료도로는 부산항대교, 수정산터널, 산성터널, 천마산터널, 을숙도대교, 거가대교 등 민자도로 6곳과 재정도로인 광안대교 등 총 7곳에 달한다. 백양터널 무료화 전에는 8곳으로 전국 최다였으나, 지금은 서울과 공동 1위다. 시는 이번 통행량을 분석한 용역을 통해 백양터널 교통 운영 방식 개선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한다. 부산에서 운영되는 유료도로도 이번 용역 결과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수정산터널(2027년 4월)을 시작으로 을숙도대교, 부산항대교, 산성터널, 천마산터널 등 순으로 민자 운영이 종료된다. 백양터널 사례를 거울삼아 도로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다른 유료도로들의 운영 방식과 요금 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산은 유난히 산이 많고 강과 바다를 끼고 있는 지형 때문에 터널이나 다리를 많이 필요로 하는 곳이다. 열악한 도로 사정을 해결해야 했으나, 재정이 부족해 민간투자를 유치할 수밖에 없었다. 부산 시민은 ‘민자 유료도로 전국 최다 도시’에 사는 죄로 통행료를 갖다 바쳐야 했다. 게다가 건설 중인 만덕~센텀 대심도 등 민자 도로가 추가로 지어질 예정이다.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더 커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교통량 폭증 우려를 유료화 지속의 가장 큰 근거로 제시하는 현 통행료 체계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점검해야 한다. 부산의 유료도로 정책을 전면 재편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