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욱의 글로벌 산책] 약육강식의 국제관계 속 한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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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부경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미국이 주도한 다자간 무역질서
재집권한 트럼프의 외면 노골화
19C 제국주의의 약육강식 재현
자강만이 중견국가의 생존 방식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국제질서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질서에 대한 도전이 본격화되었지만,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그 기조는 더욱 노골적인 데다 심지어 배타적인 양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세계가 바야흐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무대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덴마크의 영토인 그린란드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때부터 적극적인 매입 의사를 밝혔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히고 당시 덴마크 총리가 “그린란드는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 방문 일정을 불과 2주 전에 일방적으로 취소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지난 3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린란드를 가져올 것이다. 100%다”라며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가능성이 있지만 나는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다”고까지 노골적으로 말했다.

1929년 대공황 사태 이후 미국에서 전 세계로 확산된 보호무역주의가 만들어낸 폐해에 대한 반성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다자간 무역질서를 주도적으로 출범시켰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이 다자간 무역질서도 트럼프 재집권 이후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이라 불릴 만큼 무시무시한 관세 폭탄을 마구 던지고 나섰기 때문이다.

2025년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과잉 및 무역수지 적자 문제를 이유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거의 모든 국가에 기본 10% 관세, 또한 국가별 소위 ‘상호관세’라는 추과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Executive Order 14257)을 발표했다. 그리고 새로운 관세 부과를 4월 9일 시작한 지 13시간 만에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대해서 90일 동안 소위 상호관세 부과를 연기하였다.

그러다가 세계 각국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관세 부과를 결정하고 8월 1일부터 부과한다는 서한을 7월 초부터 발송하기 시작하였다. 한국은 25%, 일본은 25%, EU와 멕시코는 30%, 캐나다는 35%의 관세율이 통보되었다. 그리고 각국은 미국과 관세 협상을 하였고, 한국, EU, 일본은 15%의 관세율로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하였다. EU와 일본이 미국과 무역 협상이 타결된 시점에서 한국은 미국과 협상을 빠르게 마무리해야 했지만, 이번 협상을 통해서 한미 FTA는 무력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 한국과 타결한 협상 내용도 무시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 미국의 관세 압박에 한국은 미국과 한미 FTA를 개정하여 기존 한미 FTA에 포함되어 있던 대미 수출 화물자동차에 대한 미국 측의 관세 철폐 시한을 2021년 1월에서 20년 늦추고,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25% 관세를 부과한 철강에 대해서 한국은 대미 철수출 쿼터제를 도입하여 쿼터분에 대해서는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는 것으로 협상을 타결한 바가 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5월 30일, 철강·알루미늄 수입에 대한 관세율을 50%로 인상하면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한국과 협상을 타결한 내용도 무시한 채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에 대해서도 다른 국가와 같이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와 같은 조치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서 얼마든지 기존의 합의 사항이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침공당한 우크라이나에 영토 포기를 요구하면서 러시아와 휴전을 강요하고 있다. 구 소련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는 세계 3위 규모의 핵보유국이었지만, 핵무기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미국·영국·러시아로부터 정치적 안보 보장을 받은 바 있다. 이것이 1994년 12월 5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체결된 부다페스트 각서이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는 서유럽으로 확전을 두려워하여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요청을 거절한 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본토 타격에 제한을 두는 형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부다페스트 각서처럼 우크라이나에 평화 보장을 대가로 영토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국제사회에서 점차 다자 질서는 무력화되고 있고, 강대국의 이해에 따른 19세기 제국주의 시기 양육강식의 논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중견국가인 한국이 변화하는 국제질서에서 유일하게 살 길은 스스로 강해지는 것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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