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지 않으면 적기… 15년 전후 구축 아파트도 살 만해 [커버스토리]
부동산 반등 부산, 내년엔 아파트 사야 할까
12월 둘째 주 부산 아파트 가격
0.03% 오르며 7주 연속 오름세
“내년엔 매매·전셋값 모두 상승
코로나19 때처럼 폭등 안 할 것
무리한 대출·투자 계획은 안 돼
입주 물량 적고 남·강서구 편중
신축 외 입지 좋은 구축도 선택지
지방선거 전후 공약에 신중해야”
부산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며 아파트 구입 시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부산 수영구와 해운대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7주째 오르며 상승세가 완연하다. 부동산에 관심 있는 이들은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그렇다면 언제, 어디를 투자하라는 말이냐’며 일종의 답답함을 호소한다. 특히 대부분의 부동산 전망은 서울 중심으로 구성되기에 지역에서는 더욱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부산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 부동산 전망을 짚으며 ‘실거주와 투자 모두 무리하지만 않으면 적절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매매·전세 모두 계속 상승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 부산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03% 오르며 7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부산의 아파트값은 2022년 6월 이후 3년여간 꾸준히 하락하다가 지난 10월 둘째 주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영산대 서성수 부동산대학원장은 “내년에는 부산의 아파트 매매 가격과 전셋값 모두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상반기에는 상승 폭이 지금보다 확대될 것”이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방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는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시장 상황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도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선정 등 각종 호재로 인해 해운대구, 수영구, 동래구 등 상급지를 중심으로 상승폭이 점차 커질 것”이라며 “1년 뒤에는 수영구나 해운대구가 오히려 규제 지역으로 묶이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다. 하지만 지역 내 양극화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수영구와 해운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서울 등지에서 원정 투자를 온 이들이 한꺼번에 여러 개의 분양권을 매수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서 원장은 “상승세가 이어진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 때처럼 아파트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말아야 한다”면서 “당시는 전례없이 특수한 환경이었고, 지금은 정부나 시장 플레이어가 경험을 갖고 있기에 폭등장을 예측한 무리한 대출과 투자는 계획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신축만 고집할 필요 없어”
내년 부산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적정 수준보다 적은 것은 물론이고 남구(42.9%)와 강서구(21.4%)에 편중될 전망이다.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커지는 상황에서 입주 물량은 전셋값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입주 물량이 부족한 수영구나 해운대구, 동래구 등은 전셋값 상승폭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동의대 부동산개발경영학과 오윤경 교수는 “남구의 경우 그간 개발에 소외됐던 지역들이 정비사업을 통해 양질의 주거 공간으로 거듭나며 입주를 예고하고 있어 가성비 측면에서 장점을 가질 수 있다”며 “해양수산부 이전과 북항 재개발 등 호재가 잇따르는 동구 역시 주거 환경이 개선되면서 실거주나 투자에 나쁘지 않은 선택지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고분양가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축 아파트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도 나왔다. 서성수 원장은 “일부 아파트는 신축 단지라는 이유만으로 이미 입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형성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아파트는 추후 상승장에서 오히려 가격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수가 있다”며 “준공된 지 15년 전후인 준신축 또는 구축 아파트들은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제대로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단지를 잘 골라 투자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규 원장은 “지역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도 입지에 따라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최대 변수는 ‘지방선거’
전문가들은 내년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지방선거를 꼽았다. 특히 앞선 10·15 대책에서 정부가 밝힌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 개편은 초대형 잠재 변수다. 시장에선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의 보유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세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정부와 여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세금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함구하며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세제 개편을 하지 않는다면 모르겠지만, 결국 할 거라면 시장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부산을 가져가기 위해 여야가 격렬하게 맞붙을 텐데 이 과정에서 실현 가능성이 적은 개발 공약이 난무할 것”이라며 “이런 개발 호재에 부화뇌동해서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전문가와 상의하거나 관련 정보를 충분히 찾아보며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