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폴란드의 비르투오소, 모슈코프스키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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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

모리츠 모슈코프스키. 위키미디어 모리츠 모슈코프스키. 위키미디어

연주자에겐 피할 수 없는 작곡가이지만, 일반인에게 낯선 작곡가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피아노의 드미트리 카발레프스키, 바이올린의 로돌프 크로이처, 첼로의 장 루이 뒤포르, 클라리넷의 루이 슈포어 같은 사람이다. 음악 전공생들의 입시 곡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이름이지만 실제 연주장에서 무대에 오르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1854년 8월 23일에 태어난 폴란드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모리츠 모슈코프스키(Moritz Moszkowski, 1854~1925)도 그런 쪽으로 분류되는 사람이다.

내가 모슈코프스키의 곡을 처음 들은 것은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전설적인 모스크바 콘서트 실황음반이 발매되었을 때였다. 1986년, 호로비츠가 서방으로 망명한 지 무려 61년 만에 다시 고국 무대에서 연주회를 하게 된 기념비적 음반이다. 스카를라티와 모차르트의 소나타로 시작하여 라흐마니노프, 스크랴빈, 슈베르트, 리스트, 쇼팽까지 연주한 후, 앙코르곡으로 그 유명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들려주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청중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 곡을 들었다. 그리고서 두 번째로 친 앙코르곡이 바로 모슈코프스키의 ‘에탕셀’(Etincelles)이었다. 제목처럼 마치 불똥이 튀는 것 같이 리드미컬한 스타카토가 빛나는 곡이다. 당시 83세의 호로비츠는 “요런 곡도 있지요” 하듯 매끄럽게 연주를 마치고서 활짝 웃었다.

피아니스트 얀 파데레프스키는 모슈코프스키를 “쇼팽 이후에 피아노곡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모슈코프스키는 쇼팽보다 44년 후에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873년에 피아니스트 데뷔 무대를 가졌고 이어 유럽 투어를 하면서 과 파리에서 교수 생활을 하면서 블라도 페를레뮈테르, 토머스 비첨, 요제프 호프만, 반다 란도프스카와 같은 훌륭한 제자를 배출했다.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지휘자였고, 작곡가이자 교수였던 다재다능한 사람이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서 54세에 은퇴했고, 이후 차츰 잊혀 갔다. 투자에 실패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몰락해 힘든 말년을 보내다가 위암으로 사망했다.

그의 작품은 밝으면서도 서정적이다. 특히 200여 곡의 피아노 소품으로 사랑받았는데, 이 중에는 지금도 입시 단골 곡이라는 ‘비르투오소 연습곡 작품72’를 비롯해 ‘5개의 스페인 춤곡 작품12’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 외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관현악 모음곡, 2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 교향시 ‘잔다르크’, 오페라 ‘마지막 무어왕 보압딜’, 발레음악 ‘라우린’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모슈코프스키 : 불꽃 -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모슈코프스키 : 불꽃 -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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