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기록으로 그림 읽기] 전쟁을 겪고도 인간 본성을 간직한 시절, 그때 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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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사보이호텔 옆, 1956(2018인화), 종이에 젤라틴 실버프린트, 50.3×40.3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한영수문화재단 제공 서울, 명동 사보이호텔 옆, 1956(2018인화), 종이에 젤라틴 실버프린트, 50.3×40.3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한영수문화재단 제공

느닷없이 온 광복을 맞이했던 것처럼, 여러 징후에도 불구하고 참혹한 전쟁을 치르고 6년이 흐른 명동. 그 시절에도 우리는 풋풋하면서도 순수한 모습을 간직하며 삶을 살았다. 광고사진 작가로 알려진 한영수는 그 따듯한 인간 본성을 순간 예술인 사진으로 새겨 지금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한영수는 1933년 개성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란 덕분인지 어릴 때부터 그림과 사진에 취미가 있었다. 군에서 한국전쟁을 겪고 1955년 제대하고 나서부터 사진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집안 반대로 그림은 그릴 수 없었지만, 사진에 심취해 1958년 한국 최초 사실주의 사진 단체인 ‘신선회’에 가입하고는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는 사진 작업에 자신감이 붙자 1966년에 아예 사진연구소를 세워 광고와 패션 사진에 뛰어들어 개성 넘치는 작업으로 한국 광고사진 역사에 큰 흔적을 남겼다.

명동, 그래도 그때 가장 번화했던 곳과 그 주변을 찍은 사진들은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웃음을 간직한 서울 시민의 행동과 표정을 담아낸 작품이며 기록물이다.

1956년부터 1963년까지 한영수가 찍은 이 사진들은 1987년 ‘삶’이라는 작품집으로 발간되었고, 이후 대원사에서 출판한 작품집 〈내가 자란 서울〉 그리고 같은 제목으로 2017년에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공개되었다.

같은 해에 전 세계 사진작가들의 구심점인 뉴욕 국제사진센터(ICP)에서 우리나라 사진작가로는 처음 ‘한영수: 사진으로 본 서울, 1956~1963’ 사진전이 개최되었다.

이와 함께 ICP가 그의 작품 15점을 소장하면서 한국의 사진예술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서울, 명동 사보이호텔 옆’, 이 작품은 요즘 눈으로 보면 단정한 차림을 한 남녀가 나란히 걷고 있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다. 하지만, 요즘 답답한 나날처럼 높이 가로막은 벽은 한국전쟁의 상흔으로 시멘트는 떨어지고 벽돌은 맨몸을 드러냈다.

우연히 창문틀이 떨어진 곳에 눈길을 주자 지나가는 남녀 모습이 눈에 든다. 한영수는 그 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했다. 마치 희망을 잡아채듯이. 벽이 없었다면 단순한 풍경이었을 그 순간이 작가는 서사와 감흥이었다.

한영수의 작품에는 인간에 대한 따듯한 시선이 담겨 있다. 그 참혹하다는 전쟁을 겪고도 이런 삶이 존재한다는 것에 의문을 던지는 이들도 있지만, 아무리 힘든 세상이라도 인간이 가진 심성은 간직된다는 사실을 잊었기 때문에 하는 소리이다.

이 사진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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