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미역·멸치·전어… 폭염, 부산 특산물도 ‘타격’
토마토뿔나방 개체 증가로 피해
수온 상승, 미역 종묘 이식 지연
멸치·전어 어획 시기도 늦어져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부산 대표 특산물인 토마토와 미역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농작물을 갉아먹는 ‘토마토뿔나방’ 개체 수가 1년 만에 약 40배 증가해 강서구 특산물인 토마토를 위협하고, 해수 온도가 높아져 기장군의 특산물인 미역과 멸치 생산량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7일 부산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지난 6월 부산 5곳 예찰 트랩에서 포획된 성체 토마토뿔나방은 평균 539마리다. 지난해 6월 같은 예찰 트랩에서 평균 14마리가 잡힌 것보다 38.5배가 증가했다. 부산에서 토마토 농사가 마무리된 직후인 6월에도 토마토뿔나방이 대량 포획된 것은 이미 부산 생태계에 정착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예찰 트랩은 유인 물질(페로몬) 등으로 해충을 유인하고 포획하는 장치다. 토마토뿔나방은 2023년 제주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한 외래 해충이다.
부산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토마토뿔나방은 가지, 감자 등 기생 범위가 매우 넓은 해충”이라며 “다음 달 토마토 파종 시기 전 개체 수를 최대한 줄여야 농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수 온도가 높아지며 기장 특산물인 미역과 멸치 생산량도 올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역은 해수 온도가 낮 12시 기준 24도 이하로 떨어져야 양식장에 종묘를 심을 수 있다. 이 시점이 늦어지면서 생산 시기가 짧아지고 생산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실시간 해양수산환경 관측시스템에 따르면 부산 기장군 부산장안관측소의 낮 12시 기준 해수 온도가 24도 이하로 유지된 시점은 2022년 9월 10일, 2023년 9월 29일, 지난해 10월 15일로 늦어졌다. 미역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수확하는데 생산량도 덩달아 감소 추세다. △2021~2022년 1만 2929t △2022~2023년 1만 2293t △2023~지난해 1만 1250t이었다.
올해는 폭염이 지속되는 만큼 미역 수확 시기가 더 늦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부산 기장군 수산자원연구센터 관계자는 “5년 전만 해도 9월 중순이면 해수 온도가 24도에 도달했는데 최근에는 매년 혹서가 반복돼 10월 중순은 돼야 수온이 24도 아래로 유지된다”며 “올해도 폭염이 심해 미역 생산 시기가 기존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멸치 어획량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해수 온도가 내려가지 않아 가을 멸치 어획 시작 시기가 10월에서 11월로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멸치 어획 시기는 3~6월과 10~12월인데 12월이 시작되면 수온이 급락해 멸치가 따뜻한 바다로 서식지를 옮긴다. 이 때문에 어획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기장군의 설명이다. 기장군 관계자는 “지금처럼 수온이 높은 상황이 계속되면 멸치잡이가 11월에야 시작될 수도 있다”며 “어획 기간이 짧아지면 생산량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강서구 특산물인 전어 어획 시기도 뒤로 밀리고 있다. 지난달 15일 전어 금어기가 풀렸지만, 일부 어촌계는 이달 초가 돼서야 전어를 잡을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수 온도가 전어가 성장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시간을 더 두고 어획에 나서고 있다는 게 어업 관계자 설명이다. 부산시수협 관계자는 “날이 더워서 아직 조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어촌계도 많다”며 “보통 7월 말이면 조업에 나가는데, 무더위로 조업 시기가 뒤로 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