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 칼럼] 부산항 개항 150주년을 성대한 축제로

강병균 대기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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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1876년 2월 근대식 항만으로 개항
시민단체 중심 매년 조촐한 기념식

내년은 역사적인 150주년 의미 커
다채로운 범시민적 축제로 키워야

자매도시·글로벌 선사 등 초청하길
‘제2 개항’ 의지 담아 재도약 기회로

올해는 부산항이 개항한 지 149주년 되는 해다. 149년은 부산항이 1876년 2월 26일 근대식 항만으로 개항한 것을 기점으로 한 계산이다. 한데, 이는 조선이 일제와 굴욕적으로 맺은 강화도조약에 따른 강제 개항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반감된다는 견해가 있다. 1876년 개항을 치욕의 역사로 보는 이들은 조선 태종 7년인 1407년 일본을 포용할 목적에서 자주적으로 단행한 부산포 개항을 부산항 개항의 원년으로 삼자는 주장을 펼친다.

1876년 기준 부산항 개항 130주년인 2006년 1월. 당시 팔순 나이의 김영호 부산항만연구회 회장은 부산항 개항을 기념하는 행사 개최를 주창했다. 그는 “개항 의미가 큰 130주년인데, 도대체 움직임이 없다”면서 아무런 기념행사도 없는 분위기를 개탄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과 부산항발전협의회가 2006년부터 매년 2월께 개항 기념식을 마련하고 있다.

개항 기념식은 초기에는 부산항발전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간단하게 열리다가 나중에 부산시와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부산항만공사가 합세한 공동 주최 행사로 규모가 커졌다. 근년 들어 기념식에 ‘자주 개항 000주년, 근대 개항 000주년’이란 표현이 등장했다. 두 가지 개항 원년이 일으킨 논란을 다 수용한 전향적인 조치일 테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부산항 개항 150주년인 내년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150’이란 숫자가 가진 상징성이나 가치가 여느 해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년처럼 큰 의미 부여 없이 가볍게 보내고 말 일이 아닌 것이다. 의례적인 개항 기념식만 조촐하게 거행하고 끝내선 안 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2026년은 연내에 부산 이전이 완료될 예정인 해양수산부의 ‘부산시대’ 개막 원년이어서 더욱 각별한 의미가 깃든 해가 아닌가.

현재 부산해양수산청은 부산항 개항 150주년을 앞두고 부산항 역사와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기념하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본부세관의 경우 150주년 의미를 더하기 위해 국비 159억 원을 들여 부산세관 옛 청사를 복원해 2027년 3월 개관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몇 가지 고만고만한 소규모 기념행사가 거론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역사적인 150주년을 제대로 기리는 데 몹시 미흡하다는 게 중론이다.

부산항 개항일이 낀 내년 2월을 생각하면 대대적인 기념행사 준비에 시간이 촉박한데도 부산은 지금 한가해 보일 만큼 조용한 편이다. 개항 150주년 행사 준비를 주도해야 할 부산시가 되레 다른 기관보다 관심이 부족하고 미온적이어서 각성이 요구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19년 전 김영호 회장의 질타가 오늘날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우리나라와 부산을 먹여 살리고 잘 살게 만든 ‘150살 부산항’에 대한 푸대접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최초의 국제 무역항으로 출발해 세계 3~7위 컨테이너 항만, 세계 2위 환적화물 처리 항만으로 성장한 부산항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용득 부산항역사문화연구소장은 부산항은 항만 발전사 외에도 부산시민을 포함한 국민의 희로애락과 한국 역사, 문화, 경제 등에 얽힌 숱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고 강조한다. 부산항을 직·간접 테마로 한 트로트 가요만 800여 곡에 달하는 사실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같이 풍부한 얘깃거리를 바탕으로 150년을 돌아보고 의미를 띄우는 대규모 기념사업을 다채롭게 기획할 필요가 있다. 부산항역사관 조성이나 150년사 발간, 크고 작은 이벤트 등이다. 이들 사업은 시민들의 자긍심이나 애향심 고취, 부산경제와 지역 기업의 활성화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제2 개항’의 기치를 내걸고 부산항 발전 방향과 희망적인 미래를 모색하는 대형 국제학술대회는 필수적이다. 부산항 진해신항 조성공사가 진행되고 부산신항 선석이 잇따라 개장되는 가운데 글로벌 메가 허브 항만으로 도약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과 전술이 절실한 까닭이다. 또 북항 1·2단계 재개발사업이 시민들의 풍요로운 삶에 도움이 되도록 추진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보름이나 한 달가량 축제 기간을 정해 다양한 개항 기념행사를 범시민적, 국가적으로 치른다면 150주년의 빛나는 의미를 잘 살릴 수 있지 싶다. 이를 위해 부산시 등 관계 기관이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부산항을 매개로 부를 축적한 기업인들의 기부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겠다. 특히 부산시의 해외 50여 개 자매도시와 우호협력도시, 부산항에 기항하는 글로벌 선사, 세계 주요 항만 관계자를 관광·마이스 산업과 연계해 대거 부산으로 초청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만하다. ‘해양수도’, ‘국제관광도시’인 부산의 도시 브랜드 가치를 세계만방에 알리고 부산항이 북극항로 거점 항만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국내외에 부산항 개항 150주년을 제대로 알리자. 이런 게 도시의 품격이요 힘이다.


강병균 대기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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