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만 악취로 못살겠다" 부산 남구 주민들 집단 민원
매립 이후 수로 형태 퇴적물 쌓여
여름철마다 수질 악화·악취 민원
남구 아파트연합회 "준설·정화를"
여름철마다 되풀이되는 부산 용호만 일대 악취 문제에 남구 주민들이 집단 민원을 제기하며 실질적인 정화 대책과 예산 확보를 촉구하고 나섰다.
6일 부산 남구 아파트연합회에 따르면 연합회는 이달 초 박수영(부산 남) 국회의원실과 남구청, 부산항만공사에 용호만 해역 정화와 수질 개선을 위한 예산 확보와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남구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용호만 일대 활어 판매상들이 생활하수나 오폐수를 무단 방류하고 있다며 해경과 관할 지자체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LG메트로시티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용호만 인근 동에서는 여름이면 창문을 열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며 “바다 바닥에 쌓인 오염 토사만 걷어냈을 뿐, 육지에서 계속 들어오는 생활오수 유입을 막지 못하니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용호만 일대에는 1963년부터 대규모 매립이 시작돼 철강공장이 세워졌고, 이후 철강공장이 타 지역으로 이전한 뒤 대단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2009년까지 추가 매립이 진행되면서 인근 해역은 대부분 매립돼 대연천, 용호천 등 좁은 수로 형태로 바뀌었다. 현재 대연천과 용호천은 법적으로 바다이지만, 매립 과정에서 하천의 이름을 붙여 수로 형태로 남아있는 지역이다.
대연천과 용호천은 구조적 특성상 해수 흐름이 정체되고, 생활하수와 오폐수가 끊임없이 해역으로 흘러들어가 오염 퇴적물로 쌓이며 수질 악화와 악취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악취 민원은 특히 더위와 습기가 겹치는 장마철 등 6~8월에 집중된다.
해양수산부와 환경부는 과거 수년에 걸쳐 1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오염 퇴적물 정화사업을 위한 준설작업을 진행했지만, 수질이나 퇴적물 오염도 개선 효과는 미미했다.
남구 주민들은 십수 년간 여름철이면 심각해지는 악취 문제의 근본 원인 규명을 요구하며 용호만 해역 퇴적물 준설과 정기적인 수질검사 등을 통해 실질적인 정화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구 아파트연합회 관계자는 “이번에야말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야 하고 특단의 대책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남구는 준설 작업을 할 경우 사업 규모가 워낙 크고 예산이 많이 들어 단독으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보인다. 특히 악취의 발원지인 대연천·용호천이 법적으로는 바다(공유수면)에 속해 해수부 관할인 만큼 사실상 해수부가 정화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준설 등 환경 정비에 연간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 억 원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돼 구청 단독으로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해양수산청에 지난해부터 세 차례 준설 요청을 하는 등 업무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수영 국회의원실은 남구를 비롯해 유관기관과 협력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박수영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 많은 예산이 투입된 만큼 이번에 근본적인 진원을 확인해 제대로 된 전문가 진단을 받은 뒤 중앙부처의 협조와 국비 등 예산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주민 불편이 이어져온 만큼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