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AI 댕냥이, 누구나 성공할까 [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자동화 도구 발달 초현실 영상 넘쳐나
수천만 뷰 예사 새 콘텐츠 산업 진화 중
동물 캐릭터라도 ‘사람 공감’ 이끌어야
수익만 노린 대량·부실·반복 부작용 커
알고리즘 배제에 공적인 통제 병행해야

SNS를 열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이미지와 영상이 쏟아지는 세상이다. 댕냥이(개와 고양이) 셰프의 활약은 흔하고, 코끼리와 사자가 올림픽 다이빙 챌린지를 벌이는 초현실적인 장면도 낯설지 않게 됐다. 의인화된 동물 주인공이 사랑과 배신을 연기하는 ‘AI(인공지능) 펫 시네마’가 유튜브 쇼츠, 틱톡에서 1억 뷰를 기록하는 것도 예사다. 사람은 드러나지 않은 채 AI 아바타와 합성 음성을 내세워 팟캐스트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익명 콘텐츠’(Faceless Content)도 급부상하고 있다.


틱톡에서 1490만 뷰를 달성한 요리하는 고양이(오른쪽)와 인스타그램에서 화제를 모았던 김치찌개 끓이는 진돗개. 사진 = 채널 캡처 틱톡에서 1490만 뷰를 달성한 요리하는 고양이(오른쪽)와 인스타그램에서 화제를 모았던 김치찌개 끓이는 진돗개. 사진 = 채널 캡처

독창적이고 기술적 완성도도 높은 콘텐츠는 거대한 트래픽을 일으키고, 그에 비례한 수익을 가져간다. 기획 단계에서 제작, 홍보, 수익화까지 일관된 흐름이 확립된 상황에 AI 기술 발전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디지털 크리에이터 산업은 빛의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SNS에는 체험기를 가장해 “몇백만 원의 월 수입을 놓치지 말라”는 제작 노하우 강의 홍보가 넘친다. 굿즈(기념품) 시장도 꿈틀대고, 조회수 쏠림으로 온라인 광고 시장까지 재편되고 있다.

브랜드·제품·업소 홍보 영상이나 유튜브 촬영 때 필요했던 장비와 모델, 전문 인력이 모두 AI로 대체되면서 초래된 파급 효과는 크다. 숏폼과 AI 기술의 화학적 결합은 크리에이터 진입 장벽을 허물었다. AI 서비스가 무한 경쟁에 들어가면서 간단한 지시문(프롬프트)으로, 혹은 명령어 입력 없이 사진만 업로드해도 영상물로 바꿔주는 템플릿과 프리셋이 넘쳐난다.

정말 초보자도 동물을 춤주게 하고, 하늘을 날고, 괴수로 변신하는 영상을 만들 수 있을까. 기자가 직접 AI 도구를 활용해 숏폼을 제작하면서 최근 경향을 진단하고 향후 전망까지 짐작해 봤다.


댕냥이(개와 고양이) 캐릭터를 AI로 생성해 건배하고, 김밥을 썰고, 찌개를 끓이는 동영상을 제작했다.

■ 숏폼과 AI 결합 새 콘텐츠 산업 부상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틱톡 등 숏폼은 AI가 만들어 낸 요지경 볼거리로 넘친다. 깜찍한 미니어처 사람은 제품과 업소 홍보용으로 인기다. 미니어처 일꾼들이 음식 주변에 깨알같이 붙어 요리를 하거나, 여성의 얼굴에 매달려 메이크업에 분주한 장면은 입소문을 전파하는 데 효과 만점이다. 현실 세계를 압축한 디오라마(입체 모형)도 공간 이미지 홍보에 곧잘 이용된다. 반려동물 의인화는 가장 인기가 많은 장르다. AI로 탄생한 고양이와 강아지 캐릭터에 서사가 겹쳐 공감대를 얻으면 인기 폭발이다.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새로운 콘텐츠 산업으로 부상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댕냥이가 회식을 하면서 건배하거나, 김밥을 썰고 찌개를 끓이는 영상 제작의 문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챗GPT로 생성한 캐릭터 이미지를 클링(Kling)에 업로드한 뒤 영상 변환 지시문을 입력해서 숏폼을 얻었다. 이어 <부산일보> 제작진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취재에서 윤전과 배달까지 신문의 전 과정을 동적으로 구현한 것도 챗GPT와 영상 생성기를 순차적으로 거쳤다. <부산일보> 팟캐스트에서 뉴스를 전달하는 ‘익명 콘텐츠’ 형식은 헤이젠(Heygen)에 5세 아바타 이미지를 올린 뒤 음성 합성을 입혀 제작했다. 배경 음악이 필요하면 수노(Suno)를 이용했다.

만들고 보니, ‘AI가 뚝딱 만들어 줄 것’이라는 통념은 절반만 맞았고, 절반은 틀렸다. 손품을 팔지 않고 허투루 뽑아 내는 것도 물론 가능하지만, 의미를 부여할 만한 수준을 얻을 수는 없었다. 영상에 작은 허점이라도 남으면 시청 몰입감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장면이 바뀔 때마다 캐릭터가 동일성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었다. 정확한 지시문이 없으면 얼굴이나 옷차림, 연령대가 갑자기 달라지기 십상이었다. 또 카메라 각도와 움직임, 조명, 빛깔 톤 등 시각적 기획도 정확히 명령하지 않으면 의도를 벗어나기 일쑤다. 즉, 프롬프트 엔지니어링(명령어 설계)의 정교함이 성공을 좌우한다.


해양수산부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을 통해 글로벌 해양수도로 도약하는 부산을 디오라마(입체 모형)로 표현한 영상.

■ 반려동물 귀여움에 스토리 힘 더해야


조회수 대박을 터뜨린 AI 영상의 공통점은 공을 들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함께 치밀한 기획 능력을 꼽을 수 있다. 애완 동물을 앞세운 AI 영상물도 귀여움에 그치지 않고 문화적, 감정적 서사가 결합될 때 바이럴(viral·빠른 확산) 효과를 얻는다. 건배하고 요리하는 댕냥이를 보는 건 즐겁지만, 압도적 관심을 모으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즉, 스토리의 힘이 있어야 한다.

김치찌개 끓이는 진돗개 영상을 보면 반려견에 투영된 인간의 삶을 느낄 수 있다. 찌개가 바글바글 끓을 때 진돗개가 비장의 신라면 스프를 탈탈 털어 넣는 장면은 무릎을 치게 만든다. K푸드에 호감을 가진 외국인에도 어필할 수 있는 지점이다. AI의 생성 기술도 중요하지만 동시대인의 공감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기 마련이다. 돈이 되자 영혼 없는 불량품이 소셜 공간을 어지럽힌다. AI의 무한 복제·생산 기능을 악용한 대량의 부실 콘텐츠가 횡행하는 것이다. 급기야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도 수익 배분 차단 조치로 칼을 빼들었다.


AI 아바타와 합성 음성을 이용해 제작된 부산일보 뉴스 팟캐스트 샘플. '익명 콘텐츠(Faceless Content)' 형식이다.

■ AI 쓰레기 ‘슬롭’ 퇴출될 수 있을가?


개나리광대버섯은 예쁘게 생겼지만 먹으면 큰일난다. 맹독성이기 때문이다. 가관인 것은 개나리광대버섯이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 체내 유해물질을 제거하고 노화를 예방한다”고 소개하는 블로그가 많다는 점이다. 검색하는 수고를 조금만 들이면 “아마톡신이라는 맹독을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버섯”이라는 정보를 알 수 있지만, 팩트 확인을 등한시한 것이다. 가끔은 생성형 AI조차도 틀린 정보를 제공할 때가 있다.

이런 허위 정보가 버젓이 활개치는 것은 조회수가 광고 수익에 직결되는 탓이다. 구글 애드 센스나 쿠팡 파트너스 수익을 얻으려면 콘텐츠는 다다익선이니 베끼거나 짜깁기를 동원하는 것이다. 하향 평준화가 나타나는 이유다. 생성형 AI 기술이 발달하자 뉴스 링크나 본문을 업로드하기만 하면 짧은 영상을 뚝딱 만들어 주는 서비스까지 생겼다. 언론사가 아닌 데도 대량의 최신 뉴스를 전달하며 조회수를 가져가는 채널이 존재하는 이유다. 유튜브 파트너 등에 등록하면 광고 수익을 배분받기 때문에 생겨난 편법이다. AI 도구로 대량 생산된 콘텐츠가 범람하자 이를 지칭한 ‘AI 슬롭(Slop)’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쓰레기나 오물을 뜻하는 영어 단어에서 유래했다.


부산일보의 취재와 편집, 인쇄, 배달 등 신문 제작의 전 과정을 미니어처로 표현한 영상물.

SNS에 흔한 ‘가장 위험한 동물 TOP 10’ 따위의 부실하고 반복적인 영상물이 바로 ‘슬롭’이다. 자극적인 썸네일로 클릭을 유도하지만, 내용은 천편일률적이다. 화를 내거나 우는 동물 등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러운 장면도 많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올 3월 ‘우리가 알아야 할 AI 통계 15가지’에서 “소셜 미디어 이미지의 71%가 AI로 생성된 것”이라면서 ‘비진정성 콘텐츠’(Inauthentic Content)의 도전에 맞닥뜨렸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인 SNS 사용자 조사에서는 ‘낚시성(Clickbait) 제목에 짜증’(80%), ‘조작·연출된 비진정성 콘텐츠에 피로감’(69%), ‘반복적인 콘텐츠에 불쾌감’(58%) 등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지난 7월 15일 공지를 통해 대량 생산되거나 반복적인 콘텐츠 등 ‘비진정성 콘텐츠’를 수익화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 역시 ‘독창적이지 않은 콘텐츠’를 퇴출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대량 생산·반복·비독창적 콘텐츠의 수익화가 제한되거나, 알고리즘 추천에서 배제되는 정책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창의적인 1인 크리에이터에게 문호가 열린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진정성과 독창성 우선 원칙을 매개로 소셜 플랫폼 간에 사용자와 광고주의 신뢰를 얻으려는 경쟁 체제가 유지되는 것이 관건이다. 문제는 수익이 우선인 거대 플랫폼이 광고를 유인하는 트래픽에 초연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인터넷 ‘스팸’을 계승한 AI ‘슬롭’을 퇴출시키려면 소셜 플랫폼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지만 공공적인 통제를 병행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