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1만 320원 확정…17년 만의 합의 결정에도 노사 모두 ‘한숨’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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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업주 “폐업 위기” 외면
노동계는 “인상 폭 너무 적어”
민노총 “최저 생계비도 못 미쳐”
매년 노사 상반된 입장 되풀이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1만320원으로 결정됐다. 13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종업원들. 연합뉴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1만320원으로 결정됐다. 13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종업원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소폭 인상된 1만 320원으로 확정되자 부산 소상공인과 노동자 등이 다른 시선으로 우려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 위축된 경기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이 최저 생계 수준에도 못 미친다”며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13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노사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9% 인상한 1만 320원으로 합의했다. 노사가 합의로 최저임금을 정한 건 2008년 이후 17년 만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은 215만 6880원이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은 회의 후 “우리 사회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저력이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결정의 열쇠를 쥔 공익위원들의 주도로 사실상 최저임금 액수가 결정되면서 노동계 대표의 절반에 해당하는 민주노총이 회의를 보이콧해 반쪽 합의에 그쳤다.

민주노총은 지난 10일 성명서를 내고 “지난해 기준 비혼 단신 가구의 생계비는 263만 원으로, 2026년 최저임금은 최저 생계비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며 반발했다. 한국노총도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 생계비 부족분을 보완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영계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그동안 최저임금 동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내수 침체 장기화로 민생경제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현실을 고려해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부산에서도 엇갈린 시선으로 우려가 이어졌다. 부산 경영계는 폐업 직전에 몰린 소상공인 실태를 외면한 것이라 지적하며 최저임금 인상이 결국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산경영자총협회 김덕중 본부장은 “부산은 14만 개 사업장 중 5인 미만 사업장이 64%를 차지하는 도시”라며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 사업주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 침체 늪에 빠진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줄 실효성 있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산소상공인협회 최송희 협회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은 이미 결정돼 어쩔 수 없다”며 “배달 수수료를 낮추는 정책 등이 잇따라야 그나마 소상공인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산 동래구에 거주하는 윤 모(24) 씨는 “지금도 주휴 수당을 안 주려고 시간 쪼개기식으로 알바를 구하는데, 최저임금이 올라 아르바이트생을 더 안 뽑거나 근무 시간이 줄어들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노동 단체들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 폭이 역대 정부 첫 해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교해 최저 수준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법 2·3조 개정 등 노동 현안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 자세를 취해 주길 희망했다. 한국노총부산지역본부 윤종대 조직본부장은 “정부가 최근 경기 침체를 많이 고려한 것 같다”며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박경석 조직부장은 “노동정책 기조는 집권 1년 안에 결정이 되는데 벌써 최저임금 인상률이 이렇게 낮은 폭이면 노동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의문스럽다”며 “최저임금이 높아야 현장 임금이 높아지게 되는데 최저임금 인상 폭이 낮다 보니까 현장에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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