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뒤짚는 尹 복심들… 특검 수사 ‘급물살’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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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파’ 김성훈 전 경호처장
최근 ‘尹 범행 인정’ 진술 번복
특검, 비화폰 삭제 정황도 포착
김태효, ‘VIP 격노설’ 목격 밝혀

지난 3일 내란특검에 출석하고 있는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연합뉴스 지난 3일 내란특검에 출석하고 있는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복심들이 과거 진술을 뒤집으면서 특검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3대 특검이 출범한 지 약 한 달 만에 핵심 인사들의 증언을 확보하면서, 관련자 소환 조사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경호처 내 ‘강경 충성파’로 꼽히는 김성훈 전 경호차장이 최근 특검 조사에서 기존 수사 기관 진술을 뒤집고 새로운 진술을 털어놨다. 그는 기존 수사기관 조사에선 줄곧 윤 전 대통령의 체포 저지 관련 혐의를 부인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배석하지 않은 특검 조사에선 윤 전 대통령의 범행을 일부 인정하는 취지로 입장을 바꿨다.

내란특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는 “경찰은 전문성도 없고 총은 경호관들이 훨씬 잘 쏜다” “총을 갖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줘라” 등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차장에게 지시한 발언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또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차장에게 세 차례에 걸쳐 “쉽게 볼 수 없어야 비화폰이지. 조치해라”라고 말하는 등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한 정황도 포착했다.

김 전 차장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한남동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 체포하려고 시도했을 당시 이를 저지하는 데 앞장섰던 ‘강경 충성파’의 핵심 인물이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생일 행사까지 주도하며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인사로 꼽혔다.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실세였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은 최근 순직해병특검 조사에서 ‘VIP 격노설’을 직접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차장은 최초 VIP 격노설이 퍼진 2023년 7월 31일 회의 당시 상황을 약 2년간 함구해오다 최근 특검에서 처음으로 관련 내용을 털어놓은 것이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 보고를 받은 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질책하고, 경찰 이첩을 보류시키며 조사 결과를 바꾸도록 했다는 의혹이다.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으로부터 한 장짜리 채상병 사망 사고 보고를 받았고, 직후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는 취지로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한 핵심 참모이자 대표적인 복심으로 꼽혔다.

당시 회의에는 김 전 차장뿐 아니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도 참석했으며, 특검은 조만간 이들에 대한 소환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복심이던 인물들이 자신에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기 시작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앞서 열린 구속영장 심사에서 직접 최후진술에 나서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졌다. 국무위원들도 각자 살길을 찾아 떠났고, 변호사를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구속 이후 특검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내란특검이 재구속 후 첫 조사 출석을 거부한 윤 전 대통령에게 14일 오후로 조사 일정을 다시 정해 통보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출석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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