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나의 도시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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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선임기자

이예슬 작가 그림책 <안녕! 버스365> 한 장면. 꼬맹이 버스와 운전사 아저씨가 자갈치 시장의 사람들을 보고 있다. 느림보 제공 이예슬 작가 그림책 <안녕! 버스365> 한 장면. 꼬맹이 버스와 운전사 아저씨가 자갈치 시장의 사람들을 보고 있다. 느림보 제공

아침부터 밤까지 달리고, 도시 곳곳을 누비는 버스.

이예슬 작가 <안녕! 버스365>(느림보)의 주인공은 ‘꼬맹이’라 불린다. 운행 첫날 만난 운전사 아저씨에게 신참 버스가 받은 별명이다. 이른 새벽 꼬맹이는 아저씨와 길을 나선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오르막길을 지나니 신나는 내리막길이 나오고, 시커먼 터널을 지나니 가슴 탁 트이는 바다가 보인다. 활기찬 시장도 보고 여유로운 해변도 본다. 늦은 밤 언덕 위 차고지로 돌아온 꼬맹이는 아저씨와 같이 반짝이는 도시를 내려다본다. ‘가슴 속에서 따스한 물결이 찰랑찰랑 흔들리는 것 같아요.’ 꼬맹이의 진짜 이름은 ‘부 365’. 동래, 부산진, 광안리, 충무동, 부산항… 버스 노선에서 부산이 보인다. 작가가 아버지 고향인 부산을 다니며 좋아하게 된 곳들로 만들어낸 노선이다. 처음에는 장소가 보이지만 점점 버스 안팎의 승객에 시선이 간다. 사람이 있어 도시의 이야기가 더 풍부해진다.

꼬맹이 버스 승객에 자갈치 위판장에서 일하는 막두 할매도 포함된다. 정희선 작가 <막두>(이야기꽃)의 주인공이다. “내 육십 년 가까이 장사한 사람이요. 거짓말 안 하요!” 버럭 화를 낼 때도 있지만 형편 딱한 이에게는 큰 생선을 덤으로 주는 사람. 막두 할매는 한국전쟁 때 가족과 헤어졌다. ‘부산 영도다리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위해 막두 할매는 다리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가족과 만나지 못했지만 늘 씩씩하게 살아온 그는 영도다리 도개가 재개되던 날 거대한 다리를 보며 말했다. “오마니, 아바이… 막두도 저만치로 대단하게 살았심더.”

이경아 작가 <아빠, 나의 바다>(창비) 속 마도로스 아빠도 부산 사람이다. 딸이 아빠를 생각하는 집에서 부산타워가 보인다. 딸은 아빠를 그리워하고, 아빠가 일하는 바다를 상상한다. 그리고 바다 너머 다른 세상을 꿈꾼다. 가족사진 속에 아빠가 바다에서 보낸 시간과 딸이 성장한 시간이 함께한다. 한 개인과 가족의 사진첩에 도시의 역사도 함께함을 알 수 있다.

수많은 시민의 삶이 모여 도시를 이룬다. ‘나의 도시’ 부산은 나와 다른 이들의 과거·현재·미래가 켜켜이 쌓이며 만들어진다. ‘우리의 도시’ 부산이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로 채워지기를 바란다. 북적북적 열심히, 모두 즐겁게 살아가는 도시가 될 수 있기를 그림책으로 그려본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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