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은 “당근”하고, 백화점에서도 ‘다이소 쇼핑’
고물가에 가성비·중고 제품 인기
지난달 다이소몰 362만 명 이용
지난해 동월보다 69%나 늘어나
당근앱 이용자도 2216만 명 달해
‘70만 원짜리 냉장고가 당근에선 8만 원’ ‘다이소 득템하러 가는 백화점·아울렛’.
‘인생은 오직 한 번뿐’이라는 욜로(YOLO)족의 시대는 가고 ‘필요한 것은 하나뿐’이라는 요노(YONO)족이 대세로 등장했다. 이들이 추구하는 저소비 트렌드에 맞춰 중고 거래 앱과 저가 상품을 파는 다이소몰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9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다이소몰과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 앱의 이용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다이소몰 이용자는 362만 명으로 전년 동월(214만 명)보다 69% 증가했다. 2021년 2월 142만 명에서 2023년 2월 100만 명까지 줄었으나 지난해부터 사용자가 급증했다.
당근 앱 이용자는 이 기간 2216만 명으로 지난해 2월(2080만 명)보다 7% 늘었다. 당근 앱 이용자도 2022~2023년에는 1900만 명대였으나 지난해부터 이용자가 점차 늘었다.
다이소몰과 당근 앱 이용자가 급증한 요인은 불황형 소비가 확산한 결과로 풀이된다. 5000원 이하 균일가 제품만 판매하는 다이소는 대표적인 불황형 소비 채널이다. 즉 저가 생활용품과 중고 거래 플랫폼의 동시 성장은 불황형 소비 트렌드가 더욱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당근 앱에서도 고가 제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는 불황형 소비를 엿볼 수 있다. 소비 트렌드 조사업체 에이풀에 따르면, 중고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로는 ‘가격이 저렴해서’(67.3%)가 압도적이다. 중고 거래를 해본 제품으로는 생활가전(41.4%)이 가장 높았다. 이어 디지털기기(32.2%), 의류·잡화(27.8%), 생활·주방(26.2%), 가구·인테리어(19.5%)가 뒤를 이었다.
실제로 당근 앱 인기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디지털기기, 가구, 생활가전, 의류·잡화 등 고가 상품이 상위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00만 원 안팎을 호가하는 아이폰 11 프로 시리즈를 20만 원선에 팔겠다는 게시글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동산과 중고 자동차도 당근 앱을 통한 직거래가 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에 따르면 2022년 7094건이던 부동산 직거래 건수(거래 완료 기준)는 지난해 1~7월 3만 4482건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중고차는 하루 평균 2000대 이상 거래되고 있다.
다이소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아울렛에도 입점하며 오프라인 고객을 끌어모으는 역할도 하고 있다. 부산에서도 동구 범일동 커넥트현대 부산점, 기장군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아울렛 부산점에 다이소가 입점해 있다.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아울렛 관계자는 “인근 주민이 매일 일상에서 방문할 수 있는 ‘데일리 콘텐츠’로 기획했다”며 “다이소 입점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5 유통 산업 백서’에서 경기침체에 따른 불황형 소비 흐름이 더욱 확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