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석방… 혼란에 빠진 탄핵정국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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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구속시한 넘겨 기소 위법”
법원, 체포 51일 만에 구속 취소
尹, 지지층 환호 속에 관저 복귀
탄핵 정국 막판 돌발변수로 출렁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며 관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며 관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석 달 가까이 이어져온 ‘탄핵 정국’이 막판 돌발 변수로 크게 출렁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이르면 이번 주 중 탄핵심판 선고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지난 8일 윤 대통령이 체포 52일 만에 석방된 것이다. 여권은 “수사의 불법성이 확인됐다”며 당장 헌재 탄핵심판의 ‘원점 재검토’를 압박하고 나섰고, 야권은 공동 장외 집회 참석 등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시 결집하는 모습이다. 이번 윤 대통령 석방이 형사 재판과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지만, 법원 판결로 내란 혐의 수사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여론 지형도 급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9일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및 석방을 계기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심판 중인 헌법재판소를 향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당 지도부는 내란 수사의 적법성 문제가 확인된 만큼 헌재가 다시 탄핵심판 변론을 재개하고, 선고도 늦춰야 한다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헌재는 이번 법원 결정에 나타난 부분을 두루 고려해 공정하게 탄핵 심판 결론을 내야 한다”면서 “헌재가 적법 절차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변론 재개도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사법부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의 불법성을 확인한 만큼 공수처 불법 수사에 터 잡은 증거를 걷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 탄핵 재판 변론 재개가 불가피해졌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신속한 선고를 압박하는 여권으로서는 ‘조기 대선’을 겨냥해 최대한 시간을 벌겠다는 셈법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강성 친윤(친윤석열)계에서는 “사기 내란 몰이를 했던 핵심 증인의 증거와 증언도 모두 오염됐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탄핵 기각’을 더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예상치 못했던 윤 대통령 석방에 상당한 당혹감을 드러내면서 일제히 비상대응 체제에 들어갔다. 야권은 윤 대통령 석방이 헌재의 탄핵 인용 등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면서도 여권 지지층의 헌재 압박이 한층 노골화 될 것으로 보고 야 5당이 힘을 모아 대규모 장외 집회 등 탄핵 여론전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5당은 이날 국회에서 ‘비상시국 공동 대응을 위한 원탁회의’를 열어 헌재에 윤 대통령에 대한 신속한 파면 선고를 함께 촉구하기로 하면서 윤 대통령 파면 때까지 시민사회와 긴밀히 연대해 장외 집회에도 공동으로 참여키로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내란수괴가 희한한 법 해석을 통해 구속을 면했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며 “일정한 의도에 따른 기획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윤 대통령 변호인은 검찰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기한을 넘겨 기소했다며 구속 취소를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특히 심우정 검찰총장이 검사장 회의를 열어 기소 여부를 논의하느라 기소가 늦어진 것이 이번 석방의 배경이 됐는데, 이 과정 자체가 검찰의 의도 아니였느냐는 것이 야권의 의구심이다. 이에 야권은 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거부 시 탄핵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검찰의 석방으로 지난 8일 관저로 복귀한 윤 대통령 측은 “담담하게 헌재 선고를 기다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헌재 선고가 임박한 상황에서 직접 여론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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