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버텼는데 결국 백지화”… 무릎 꿇은 정부에 환자·시민단체 뿔났다
정부 원상복구 안에 허탈감 비쳐
필수의료 위해 의료 공백도 버텨
경실련·보건노조도 맹렬한 비판
“앞으로 어떤 개혁도 불가능할 것”
1년 넘게 이어져 온 의정 갈등 끝에 정부가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으로 원상복구하는 안을 발표하며 의대생의 복귀를 호소하고 나서자 환자단체와 시민단체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의정 갈등에서 정부가 먼저 물러서는 모습이 반복된 탓에 앞으로 의료 개혁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지난 7일 교육부 브리핑 직후 “정부가 의사 인력 증원과 의료 개혁으로 붕괴하는 필수 의료를 살리겠다고 해서 환자와 국민은 지난 1년간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 피해도 버티며 견뎌왔고, 의료 개혁에 수조 원의 건강보험 재정과 세금을 투입하는 것도 반대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의사 증원 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당혹스럽고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의사 인력 정책 추진에 있어 또 한 번 물러났으니 이제 의료계는 의료 개혁도 백지화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전국보건의료노조 등 시민사회단체 또한 정부에 의대 모집 정원 동결 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의료 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의 조속한 설치, 지역의사제법·공공의대 설립법 등 공공의료 강화 정책 추진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9일 성명을 통해 “의대 교육 정상화는 의료계와 거래를 통한 증원 후퇴가 아닌 수업 거부 의대생에게도 특혜 없이 학칙이 적용된다는 원칙과 상식이 지켜질 때 가능해진다”며 “정부는 의대 모집 정원 동결을 즉각 철회하고 국회는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법을 3월 내에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정부는 언제까지 의사와 의대생의 집단행동에 질질 끌려다닐 것인가”라며 “교육부는 의대 교육 정상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언제나 정부가 원칙을 먼저 깨고 물러서면서 사태를 악화시켰음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전국보건의료노조도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학교 교육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의사 인력 확충이라는 국가의 중차대한 과제를 폐기하는 것은 의사 집단에 또다시 백기를 드는 것이다”며 “2026년 의대 정원이 동결된다면, ‘의사 불패’의 신화는 계속될 것이며, 앞으로 의사 집단이 반대하면 어떤 의료 개혁도 할 수 없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어 “의사를 대거 양성하기만 하면 낙수효과처럼 공공의료·지역의료·필수의료에 의사들이 흘러들어가 복무하게 될 것이라는 안이한 배치정책은 의사단체들에게 공격의 빌미가 될 뿐이었다”며 “따라서 의대생 복귀를 조건으로 의사 양성정책을 폐기할 것이 아니라 양성한 의사인력을 공공의료·지역의료·필수의료에 우선 배치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