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 계속에 납품업체 ‘불안’
대금 정산주기 45∼60일…타 대형마트 2~3배
납품사들, 불안감에 “입금·정산주기 축소” 촉구
금융부채 2조원·매달정산 5천억원 수준
대금지급 연체 계속시 ‘위메프 사태’ 갈 듯
홈플러스를 인수해 경영해온 MBK파트너스의 무책임한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촉발된 홈플러스 사태가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납품업체들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납품대금 정산 주기가 45∼60일로 다른 대형마트보다 두세 배 길어진 상황이다. 이마트는 평균 25일 내외로, 롯데마트도 20∼30일에 각각 정산한다.
납품사들 입장에선 대주주 MBK가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홈플러스가 제공할 담보도 없는 상태에서 정상적으로 납품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뚜기와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등은 홈플러스에 일시 중단했던 납품을 재개했으나 롯데칠성, 팔도, 동서 등은 여전히 납품하지 않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대금 지급 계획이 불확실하고 MBK를 믿을 수 없다”며 정산 주기 축소와 선입금을 잇따라 요구하고 있다. 중소식품업체 관계자는 “홈플러스에서는 대금을 계속 지급한다는 입장이지만, 현 상황에서 납품업체들이 이를 믿기는 어려워 확인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홈플러스 측은 회생 개시로 금융채무 이자 비용 등 지출이 유예돼 납품 대금을 포함한 상거래채권 지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의 매장 영업이 정상화하려면 현재로선 현금 유동성 확보가 관건이다. 그러나 어음 부도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MBK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 문제다.
현재 회생 절차 개시에 따라 채무 조정 대상이 될 금융 채권 규모는 약 2조 원이다. 관건은 매달 도래하는 납품 대금과 점포 임차료, 임직원 급여 등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수 있느냐다.
홈플러스가 매달 정산해나간 상거래 채권 규모를 보면 5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매달 납품 대금으로 평균 3000억∼3500억 원이 지출된다. 임직원 월급은 560억 원씩 매달 나가고, 임대점주(테넌트)에 정산해주는 매출액은 500억∼700억 원이다.
통상 홈플러스 월매출은 창립세일을 하는 3월과 휴가철인 7월, 연말 소비시즌이 낀 12월에 각각 7000억∼8000억 원으로 가장 높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마진율이 30%라서 회생 중에도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며 “마진에서 임직원 월급과 건물 임대료, 전기·수도세, 금융 이자 비용을 제하면 통상 한두 달에 1000억 원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생 개시로 이자 지출이 유예됐고, 건물 임대료(연간 3400억 원)도 재조정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는 창립세일 행사가 진행되는 3월에만 영업 활동을 통한 순현금 유입액이 약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MBK가 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바람에 신뢰가 추락한 상태에서 대금 지급에 불안감을 느낀 업체들이 납품을 꺼리면 목표한 현금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당장 하루이틀 납품이 중단된 라면 등 품목의 경우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익스프레스(슈퍼마켓)에서 매대가 비어있는 곳이 발생했다.
납품업체들은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이 대금 지급 계획을 상세히 제시해야 한다며 정산주기 축소, 선입금 등도 요구하고 있다. 영업의 현금 창출력이 약화해 이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티몬·위메프 사태와 같은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갈 수 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