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후쿠오카 여객선 ‘퀸비틀호’ 사업 철수
운영사 일본JR 큐슈 이사회 결정
선체 침수 은폐 등으로 신뢰 하락
후쿠오카 왕복 고속 여객선 전무
부산 여객 경쟁력 감소 우려 증폭
부산과 일본 후쿠오카를 오가는 일본 고속 여객선 ‘퀸비틀호’가 논란 끝에 전격 철수한다. 선체 침수를 수개월간 은폐했던 사실이 드러나며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는 비판이 거세자 운영사는 사업 중단과 회사 청산을 결정했다. 부산~후쿠오카 노선 선택지가 줄어들면서 한일 여객선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JR큐슈여객철도(이하 JR큐슈)의 모회사인 큐슈여객철도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JR큐슈의 선박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JR큐슈는 일본 국토교통성과 협의를 거쳐 청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에 부산과 후쿠오카를 오가던 퀸비틀호의 운항 중단도 확정됐다. JR큐슈가 운영한 퀸비틀호는 2600t급 선박으로 정원은 502명이다. 2022년부터 취항해 매일 운항을 이어왔다.
JR큐슈는 당초 선체 수리와 안전 대책을 통해 퀸비틀호 운항을 재개하려 했으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큐슈여객철도는 “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결과, 추가적인 안전 조치를 하더라도 선체 균열 문제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선체 침수 은폐 논란으로 땅에 떨어진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도 사업 철수의 주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퀸비틀호 철수로 부산과 후쿠오카를 오가는 한일 여객선 이용객들은 교통에 불편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 입항하는 부산-후쿠오카 선박은 운항이 중단된 퀸비틀호를 제외하면 고려훼리의 뉴카멜리아호가 전부다. 뉴카멜리아호는 부산항에서 오후 10시 30분에 출항해 다음 날 오전 7시 30분에 일본 후쿠오카에 입항한다. 배에서 1박을 보내는 일정이 강제된다는 뜻이다. 반면 고속 여객선인 퀸비틀호는 편도 3시간 4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한 지역 여객선 업계 관계자는 “고속 여객선이 사라지면서 부산과 후쿠오카를 오가는 여객 운송의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퀸비틀호 외에 같은 노선의 고속 여객선이 없으므로 항공편이나 다른 도시로 이동하려는 선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부산항을 통해 입국한 일본인 관광객 수는 퀸비틀호 휴항 영향으로 전년(11만 6916명)보다 4만~5만 명 줄어들 전망이다.
해당 노선은 당분간 공백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운항하던 선박이 사라진다 해도 같은 노선 사업자를 모집 공고를 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여객 사업에 관심이 있는 민간업체가 나타나 해양수산부의 운송 사업 허가를 받으면 지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경제 상황이 불안정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업체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퀸비틀호는 지난 2월 선체 균열로 침수가 발생했으나, JR큐슈는 자국 정부에 즉각 보고하지 않았다. 5월에는 하루 2~3리터였던 침수량이 급증해 700리터를 넘어섰지만, 회사는 데이터 조작과 센서 이전 등으로 침수를 은폐했다. 결국 같은 달 30일 340명을 태운 부산행 퀸비틀호에선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