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 8년만에 최저 수주…중국과 격차 확대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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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슨리서치 분석, 올해 수주비율 20% 아래로
선별 수주 영향…실적 좋지만, 기본 수주량 필요 지적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 조선소 전경. 연합뉴스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 조선소 전경. 연합뉴스

글로벌 시장의 신조선(새 선박) 수주량에서 중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올해의 경우 한국 수주 비율이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중국의 4분의 1가량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선별 수주로 인해 ‘양보다 질’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수주량은 유지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총 6033만 CGT(표준선 환산톤수·2159척)의 새 선박이 발주된 가운데 한국은 1092만 CGT(248척)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한국의 4배에 달하는 4177만 CGT(1518척)을 따냈다.

국가별 수주 비율은 중국과 한국이 각각 69%, 18%였다. 이에 따라 올해 한국 조선업계의 글로벌 수주 비율은 2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6년 15.5% 이후 가장 낮은 수주 비율이다. 2016년은 전 세계 조선업체들이 극심한 불황으로 수주난과 구조조정을 거쳤던 시기인데 이 때만큼 사정이 좋지 않았다는 얘기다.

중국과 한국의 수주량 차이는 현재까지 3085만CGT로, 올해 전체로 따지더라도 두 국가의 수주량 격차는 사상 최대로 벌어질 공산이 크다.

물론 선별 수주를 선택하며 국내 조선업을 지탱하고 있는 ‘빅3’ 조선업체들이 실적은 여전히 견조하다.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은 올해 현재까지 총 205억 6000만 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 135억 달러의 152.2%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각각 68억 달러, 81억 5000만 달러를 수주하는 등 양호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트럼프 정부발 수혜의 기대감으로 주식 시장에서도 조선주는 강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3일 기준 ‘SOL 조선TOP3 플러스’ 상장지수펀드(ETF)는 한 달 전 대비 10.2%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3.2%)의 3배 수준이다.

이 ETF는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 관련 종목을 담고 있다. 조선업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HANARO Fn 조선해운' ETF도 한 달 사이 10.8% 올랐으며 ‘KODEX K-친환경조선해운액티브’ ETF는 11.3% 올랐다.

외국인들이 최근 한 달 간 조선 종목들을 대거 담으며 주가를 끌어 올리는 것도 긍정적이다. 외국인은 이 기간 HD한국조선해양을 630억 원 순매수했으며 HD현대미포와 삼성중공업도 각각 310억 원, 40억 원 사들였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인 4조 2590억 원어치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체들이 3년이 넘는 수주잔고(남은 건조량)에 따라 독(건조공간)이 꽉 차 선별 수주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세계 1위 조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수주량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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