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디지털 자산 업계, 미 정치권 변화 주시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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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홍열 비댁스 대표·변호사

지난 4월 총선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당분간 국민적 관심을 끌 선거는 없어 보인다.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민의 관심은 해외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기 흐름과 대통령 선거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구일지에 대한 다양한 전망과 예측이 오간다. 미국 대선 결과는 우리나라 경제 정책, 외교·군사 정책과 맞물려 있어, 선거를 2개월 앞둔 시점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는 디지털 자산 업계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더 높은 관심을 보인다. 미국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일찌감치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친 크립토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함에 따라 그동안 반 크립토 성향을 보여 왔던 민주당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해리스는 타협점을 찾으려 하고 있다. 트럼프처럼 명시적으로 친 크립토 정책으로 선회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민주당의 반기업적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위해 디지털 자산 업계와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보면, 해리스가 적어도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정책 변화에 대해 고민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반 크립토’ 정책 견지해 온 미국 민주당

최근 대선 앞두고 긍정적 움직임 감지

관련 업계, 규제 파악해 해결 모색 주효

금융 중심 도시 부산, 발전 원한다면

지역 기업인·정치인 서로 만나 대화를

디지털 촉진 위한 시 차원 역할도 기대

이렇게 디지털 자산이 미국 정치권에 변화를 불러온 원인은 다양하다. 먼저 미국의 디지털 자산 업계가 자신들을 얽매는 규제와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이해한 것이다. 공무원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고려할 때, 위험을 감수하며 정책을 변화시키기는 어렵다. 반면 정치인이 의제를 설정하고 법률을 제정하거나, 혹은 정권이 설정한 목표라는 명분이 있다면 공무원들도 훨씬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다. 이에 디지털 자산 업계는 복지부동의 공무원을 붙잡고 설득하기보다는 톱다운 방식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정치인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소송 중인 코인베이스와 리플이 상당한 정치 자금을 기부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종국적인 민원 해결 방법은 유사해 보인다.

다음으로, 디지털 자산 업계는 해결하고자 하는 이슈를 명확히 하고, 이들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과 발생할 비용을 비교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게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에는 규제가 모호하거나 발전을 저해한다는 식의 막연한 민원이 주를 이루었고, 세계적인 콘퍼런스에서 진행되는 패널 토론도 불평과 불만의 반복이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각 업체가 사업이나 프로젝트 진행에 장애가 되는 구체적인 규제나 정책을 파악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체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보다는 특정 사업을 위한 허가나 승인을 얻기 위해 관련 기관과의 대응에 더 큰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자산 업계는 이제 소수의 개인이 코인 상장을 통해 행운의 자본을 축적하던 시기를 지나 산업 차원에서 거대한 자본이 형성된 상태다. 과거에는 코인이나 토큰을 거래소에 상장시켜 일확천금을 노리는 시기가 있었고, 이로 인해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자리 잡았다. 이러한 오명을 벗기 위해 실물 자산에 기반한 토큰이나 증권 성격을 갖춘 디지털 자산이 등장했다. 이는 디지털 자산이 규제의 범위에 편입되기 위한 거대한 혁신을 의미하며, 이러한 혁신은 파편화된 프로젝트들을 하나의 산업으로 통합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은 각종 실물 자산과 직접 연계되며, 인터넷상에서 무형으로 존재하던 블록체인 정보를 금융 자본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즉, 디지털 자산이 경제적 힘을 갖게 된 것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실물 연계 자산(RWA)과 토큰형 증권(STO)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정치권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논의에 소극적이다. 디지털 자산이 앞으로 금융 혁신의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고 있음에도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 이후로 오히려 후퇴해 버린 느낌이다. 부산이 블록체인 특구를 발판으로 금융 중심 도시로 발전하고자 한다면, 지역의 정치인들이 먼저 업계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반대로, 기업인들도 규제 기관에 대한 불만만을 토로할 게 아니라, 유권자이자 민원인으로서 정치인들과 만나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하고 그들의 공감을 끌어내야 할 책임이 있다. 나아가, 부산시가 이 둘의 교류를 중개해 디지털 자산 산업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혁신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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