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 칼럼] 출산과 거리 먼 1인 가구 전성시대
논설실장
세포 분열, 생명 유지·종족 보존에 필요
가정 분화도 국가 형성 위한 생산 활동
1인 가구 급증 속 초저출생 현상 심화
인구 줄면서 늙어가는 나라 미래 암담
여야, 정쟁과 분열 접고 협치 노력해야
경제 살리기와 국가소멸 해소 급선무
세간에서 자주 언급되는 분열(分裂)이라는 단어. 갈라지거나 찢어져 나뉜다는 뜻이다. 하나가 둘이 되는 것이니 이 얼마나 생산적이고 고무적인가. 세포 분열을 떠올리면 참으로 긍정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분열의 역할은 생명을 유지하거나 종족을 늘리고 대를 잇는 데 필수불가결하다. 세포 분열은 생물체를 이루는 기본 단위인 한 개의 세포가 핵분열과 세포질 분열을 거쳐 두 개로 나눠지는 것을 일컫는다. 1835년 인류에게 처음 발견된 현상이다.
단세포 생물이든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든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탄생부터 소멸에 이르는 과정에서 몸의 세포가 분열한다. 체세포 분열은 단세포 생물에게는 생식, 식물에 있어선 생장, 동물한테는 재생의 의미가 각각 있다. 정말 중요하고도 고마운 기능이다. 사람의 신체는 전체 세포 수가 평균 60조~100조 개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세포 분열로써 목숨을 유지하며 상처도 치유한다. 인체는 이를 위해 일생 동안 무려 1000조 회가량의 세포 분열이 이뤄진다고 한다.
이러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맨 처음 맞닥뜨리는 곳이 가정이다. 가정은 한 가족이 의식주 활동을 공유하는 생활 공동체다. 나아가 사회와 국가를 이루는 최소 단위다. 하나의 가구가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세포 조직인 게다. 우리나라 가구는 전통적으로 한 쌍의 부부를 중심으로 3대 이상 세대나 가까운 친인척 등 대식구가 함께 사는 공동체인 경우가 많았다. 노동력이 대거 필요한 전형적인 농경 사회여서다. 산업화 시기에 취업과 결혼으로 독립하려는 구성원이 생기면 분가를 통해 가구 수가 증가하고, 시간이 흘러 식구가 늘면 또다시 분가가 반복되는 일이 통례였다. 세포가 정상적으로 계속 분열하며 수를 늘리듯이….
이어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이 대가족의 분열이 심화한 핵가족화다. 부모와 미혼 자녀만 있는 소규모 가구, 즉 핵가족이 급증한 것이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도시화, 가계소득 증가에 힘입어 아파트와 빌라 같은 공동주택 보급이 늘고 주거환경이 좋아진 영향이 컸다. 핵가족이 바쁜 도시 생활에 적응하기 쉬운 데다 개인을 중시하는 일상과 이동하기에 용이한 점도 보편화한 이유다.
행정안전부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가구 수는 약 2400만 세대에 달한다. 같은 달 기준 총인구 5128만여 명을 감안하면 1가구당 인원은 평균 2.14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지난달 1인 가구는 모두 1003만 911세대로, 전체 가구의 41.8%나 된다. ‘나 혼자 산다’는 집이 5가구 중 2가구꼴이란 얘기다. 이젠 핵가족 시대가 아니라 1인 가구 전성시대로 불러야 할 판이다. 590만여 세대인 2인 가구를 더하면 전체의 66.4%까지 치솟는다.
예전 가정의 분화는 세포 분열처럼 또 다른 생산적 가구를 만드는 발전의 단계라는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날로 비중이 높아지는 1~2인 가구는 미래를 책임질 신생아 출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이들 가구에 극심한 청년 취업난과 주거난, 치열한 경쟁 탓에 결혼·출산을 포기하거나 사회와 담쌓고 은둔·고립형 삶에 빠진 젊은 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독거노인 가구마저 적지 않은 실정이다.
더 쪼갤 수 없는 초미니 가구의 확산에 따라 국내 가정의 희망적인 세포 분열 행진은 사실상 끝난 셈이다. 혼밥, 혼술, 혼행(나 홀로 여행)까지 성행하는 마당이다. 이 같은 까닭에 부정적인 국가 지표는 넘쳐난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역대 최저인 0.72명에 이어 올해 0.68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재앙과 다름없는 인구절벽 사태를 예고한다. 자살, 청년 사망, 노인 빈곤, 지역소멸 등의 지표 역시 세계 최악 수준이다. 가족 공동체 붕괴 속에 인구가 줄면서 늙어가는 국가의 미래가 암담해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 낀 5월 가정의 달 끝 무렵에 안타까움만 가득하다.
가정을 정상화하고 사회와 국가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비전을 키울 수는 없을까. 경제 살리기와 함께 1~2인 가구의 실상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책 마련,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 구축, 양질의 일자리 대거 창출, 고물가·고금리 타개 등 숙제가 산적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앞세워 대립하고 격하게 충돌하는 불필요한 분열상을 당장 멈추는 게 급선무다. 초저출생 풍조에 따른 수도권과 지방의 공멸을 막으려면 여야가 머리를 맞대 협치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여야 지도자들이 민생과 경제를 최우선으로 삼고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극단적인 진영논리를 경계하며 국민 통합에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더욱 잘 사는 강소국 도약이냐, 중진국으로의 퇴보냐. 갈림길에서 현명한 결단이 절실하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