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PICK] 겨울철 밥도둑 ‘꼬막’, 맛과 영양 모두 “10점이요!”
2월 선정 제철 수산물 ‘꼬막’
쌀밥과 탱탱한 꼬막살 조화
비타민D 등 영양소도 풍부
미식가들은 말한다. 지금은 이 생선이 제일 맛있다고, 제철 음식이 보약이라고. 사계절, 열두달마다 지금 뭐가 제철인지 뚝딱 아는 게 신기하다. 맛집은 찾아다녀도 제철 수산물은 잘 모른다면 주목하라. 회 종류는 빨간색과 하얀색으로 구분하고, 초장맛밖에 모르는 수산 담당 기자가 매달 제철 수산물을 픽(PICK)해서 소개한다.
‘제철PICK’ 두 번째 주인공은 찬 겨울 쫄깃하고 탱탱한 식감을 자랑하는 ‘밥도둑’ 꼬막이다.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에 따르면 꼬막은 여름 때 산란 후 겨울이 되면 찬 수온을 버티기 위해 살이 통통하게 차오른다. 보통 11월부터 2월까지 채취하는데 겨울 끝에 다다를수록 더욱 깊은맛을 품는다. 여기에 영양도 풍부하다니 그야말로 만점짜리 제철 음식이다.
꼬막은 다양한 요리 방법이 모두 어울리지만 가장 추천하는 건 양념 무침이다. 손질한 꼬막을 진간장, 고춧가루, 참기름, 매실액, 간 마늘, 다진 양파, 다진 쪽파를 넣어 만든 양념장과 잘 버무리면 끝이다. 꼬막 양념 무침은 씹을수록 고소한 꼬막과 새콤달콤한 양념의 조화가 기가 막혀 절로 쌀밥 한 숟갈을 훔치게 한다. 이를 못 참고 아예 밥에 쓱쓱 비벼 먹으면 겨울철 별미 꼬막 비빔밥으로 변신이다. 부드러운 쌀밥 사이로 탱탱하게 씹히는 꼬막살은 서로의 식감을 한껏 돋운다.
꼬막 맛에만 관심을 가지면 섭섭하다. 이에 못지않은 풍부한 영양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수과원은 “꼬막은 단백질과 미네랄, 필수 아미노산은 물론, 칼슘과 무기질, 비타민 등이 많이 함유돼 있다. 특히 햇빛 노출이 적은 겨울철에 부족한 비타민D가 풍부하다. 또한 베타인과 불포화지방산, 철분이 함유되어 있어 혈관 및 혈액 건강에도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맛있는 꼬막을 구분하려면 슬쩍 건드려보면 된다. 이때 입을 꼭 다무는 꼬막이 신선한 녀석이다. 하지만 꼬막은 수심 10m 갯벌에서 자라는 탓에 흙과 불순물이 묻어 있어 요리 전 세척과 해감이 필수다. 큰 그릇에 소금물과 꼬막을 넣고 비비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한 뒤 꼬막을 흐르는 물에 2~3차례 헹구며 세척한다. 이후 소금물에 꼬막을 넣은 뒤 빛이 차단되는 봉지로 덮어 1~2시간 정도 놔두면 해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끓는 물에 약 3분간 데치면 손질이 끝난다. 이 과정이 귀찮다면 방법이 있다. 이미 손질된 자숙 꼬막이나 통조림을 사면 된다. 생꼬막보다 풍미는 덜하지만 그만큼 손이 덜 가서 편하다.
섭취 시 조심해야 할 점은 없을까. 수과원에 따르면 껍질이 열려있거나 속살이 붉지 않고 변색한 꼬막은 피해야 한다.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꼬막은 차가운 성질을 가진 탓에 과다 섭취할 경우 복통이나 설사, 소화불량 등을 겪을 수 있다. 제철이 아닌 시기에는 패류 독소가 체내에 축적되어 있을 수 있어 특히 패류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꼬막은 크게 새꼬막, 참꼬막, 피꼬막(피조개) 세 종류로 나뉜다. 우리가 시중에서 가장 많이 보는 꼬막은 새꼬막이다. 새꼬막은 참꼬막보다 크기가 크지만 양식으로 남해와 서해안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덕분에 가격이 저렴하다. 표면에 솜털이 나 있으며 식감이 부드럽다. 참꼬막은 쫄깃한 식감과 특유의 감칠맛을 자랑하지만 크기가 제일 작고 주로 자연산이라 가격이 비싼 편이다. 피조개는 크기가 가장 크고 빨간색 육질은 탄력적이라 일본 수출 품목으로 인기가 높다.
꼬막은 본래 ‘작은 조개’라는 뜻의 ‘고막’으로 불리며 표준어에 등록됐다. 하지만 꼬막 최대 생산지인 전남에서 ‘꼬막’이라 불렸고, 결정적으로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에서 꼬막이라는 표현이 전국에 알려지며 기존 표준어인 ‘고막’ 대신 ‘꼬막’을 쓰는 사람이 늘었다. 이에 오늘날 표준어가 꼬막으로 바뀌게 됐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