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책도, 일할 사서도 부족한 ‘부산 도서관’ [부산 공공도서관 리포트]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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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책·사서 수 ‘전국 하위권’
1관당 서비스 대상 인구는 많아
도시 규모 비해 초라한 인프라
갈 길 먼 ‘15분 도시 부산’ 시대
도서관 55곳 불구 접근성 낮아
양적 확대 넘어 질적 성장 투자를

17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열린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 김동우 기자 friend@ 17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열린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 김동우 기자 friend@

부산에서 최근 10년 사이 공공도서관 21곳이 새로 문을 열었지만 장서 수, 사서 수 등 도서관의 질적 지표는 전국 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생활 인프라의 15분 접근 시대를 표방하는 부산인만큼 도시 문화 역량인 공공도서관의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성장에도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부산일보〉가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을 토대로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구본진 박사와 함께 지난해 부산 지역 53개(현재는 55개) 공공도서관을 분석한 결과 부산 공공도서관의 시민 1인당 장서 수(2.13권)는 전국 평균(2.43권)보다 0.3권 적어 전국 17개 광역 지자체 가운데 13위에 그쳤다.

부산 시민 1명이 지역 공공도서관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자료 수가 전국 평균보다 약 14% 적다는 의미다. △전남(3.94권) △제주(3.79권) △강원(3.36권) 등의 시민 1인당 장서 수가 많았고, △인천(1.74권) △서울(1.77권) △울산(1.94권) 등 순으로 적었다.

도서관 운영의 핵심인 사서 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사서 1인당 서비스 대상 인구 수는 9150명으로 전국 평균(8435명)보다 약 10% 많았다. 사서 1명이 담당하는 업무 부담이 높다 보니 일부 도서관에서는 기본적인 업무 외에 전시·강연 등 시민들을 위한 신규 프로그램 운영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서와 사서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부산의 공공도서관 1관당 서비스 대상 인구 수도 5만 8332명으로 전국 평균(3만 9519명)을 약 1.5배 웃돈다. 서비스 대상 인구 수가 가장 적은 강원(2만 1997)명과 비교하면 도서관 1곳이 서비스하는 인구 수가 2배 넘게 많다.

부산 지역 55개 공공도서관에는 어린이청소년도서관, 영어도서관, 만화도서관 등 주제·이용 대상별 특화된 시설이 포함됐다. 이러한 특화 도서관들을 감안하면 모든 시민이 폭넓게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공공도서관 인프라는 수치보다 더 부족할 수밖에 없다.

부산이 도서관 서비스 수준과 접근성에서 하위권을 기록한 이유로는 운영 주체들의 도서관에 대한 정책 의지 부족이 꼽힌다.

주요 지표들은 예산 편성과 운영에 대한 로드맵이 부족하고 도서관 건립을 위한 입지 선정 등도 계획적이지 않게 이뤄진 데 따른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부산의 경우 지난해 도서관 1관 당 방문자 수가 19만 명 수준으로 전국 평균인 17만 3000명 보다 많고 도서관 1관당 대출 권수(14만 7799권)도 전국 평균(11만 3227권)보다 높은 만큼 시민 수준에 걸맞는 ‘도서관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장덕현 교수는 “부산 공공도서관은 지난 10년간 시설 확충·개선 등에서 많은 발전이 이뤄졌지만 장서와 인력, 서비스 시스템 등의 요소는 과거 열악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질적 성장의 관점에서 공공도서관이 적재적소에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한 지식·정보·문화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라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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