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미 ‘크립토 위크’ 법안 통과 난항에 ‘실망 매물’ 쏟아지나
미 하원서 절차 두고 표결 ‘부결’
하루 간 총 35억 달러 차익 실현
155일 장기 보유자 대량 ‘팔자’
연일 치솟던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차익 실현 매물 출회로 고점 대비 5% 가까이 상승 폭을 반납하고 있다. 미 의회의 ‘크립토 위크(가상자산 주간)’ 법안 통과가 난항을 겪는 점도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6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11만 7820달러(한화 약 1억 6335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24시간 전보다 0.46% 오른 수준이지만, 전날 12만 3000달러(약 1억 7050만 원)선을 처음 돌파했던 가격과 비교하면 약 5% 가까이 내렸다.
이날 가격은 고점이었던 12만 3200달러(약 1억 7080만 원)대보다 7000달러 이상 하락한 11만 5700달러(약 1억 604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소폭 반등해 11만 7000달러대에서 가격이 등락하고 있다. 전날부터 이틀 연속 하락한 요인으로는 이익을 얻은 투자자들이 대거 차익을 실현하면서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투자자들은 총 35억 달러(약 4조 8590억 원)에 달하는 차익을 벌었다. 이는 올해 들어 하루 기준 최대 규모다. 특히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섰다. 차익 실현 총 35억 달러 중 56%인 19억 달러(약 2조 6340억 원)가 155일 이상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들이었다.
미 의회에서 가상자산 법안 통과의 제동을 걸었던 점도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미 하원은 이번 주를 크립토 위크로 지정하고 3개의 가상자산 법안을 다룰 예정이었다. 이들 법안은 △디지털 자산 관련 규제를 명확히 하는 ‘클래러티 법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CBDC 감시 국가 방지법안’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의도하는 ‘지니어스 법안’이다.
시장은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정책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미 의회에서 이들 법안을 처리하는 방식을 둘러싸고 이견이 생겨 조기 통과에 제동이 걸렸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이들 3개 법안의 심의 시작을 위한 절차적 표결을 196대 222로 부결시켰다. 법안 통과를 주도 중인 공화당 미 하원 지도부는 이 법안들을 각각 심의하고자 했으나, 민주당과 공화당 일부는 이에 반대했다.
반대파 의견은 지니어스 법안과 CBDC 감시 국가 방지법안을 묶고, 지니어스 법안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공화당에서 이탈표가 나오자, 조기 통과에 대한 지도부의 계획이 틀어지게 됐다. 두 개 법안을 묶어 수정하게 되면 이미 상원을 통과한 지니어스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서명에 앞서 다시 상원을 통과해야 한다.
표결 후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의원들과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며 “조만간 다시 표결에 부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표결이 해당 법안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면서도 “지도부가 충분한 지지를 확보한다면 여전히 법안 심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